금(金) 과세체계에 대한 정부의 각종 특례규정이 금시장을 왜곡시키고 음성화를 부채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세체계의 허점을 눈치 챈 일부 귀금속업자들은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세금을 환급받는 불법 사례도 적지 않다.
▽난무하는 편법거래=8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금 수출은 25억5100만달러(잠정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금 수입도 27억4900만달러로 작년 동기(同期)보다 3배로 늘었다.
이는 정부가 금시장 양성화를 목적으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을 개정해 지난해 7월 1일부터 2년간 금괴와 골드바를 거래할 때 부가세를 면제해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시장에서는 ‘엉뚱한’ 결과가 나타났다.
서울 종로지역 금 유통업자들과 국세청 등에 따르면 금시장의 일부 자금주들은 신원 추적이 어려운 조선족 등에게 1억∼2억원의 대가를 지불하고 이들 명의로 가짜 세금계산서 매매상인 ‘자료상’ 업체를 설립했다.
이들은 밀수금이나 부가세 면제를 받고 수입한 금을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3∼5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쳐 과세금(정상적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금)으로 바꾼 뒤 수출을 통해 부가세를 환급받았다.
국고(國庫)에 세금이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환급을 받는 ‘재정 도둑질’ 현상이 벌어진 것. 1회 수출량은 평균 50kg, 환급액을 포함한 이득은 1000만원 정도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 착수=국세청은 귀금속업을 ‘유통질서 문란업종’으로 분류하고 7일부터 자료상 혐의가 있는 종로지역의 금 거래상 13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조세범칙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도 올해 3, 4월경 종로지역 사업자를 대상으로 내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세무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금 자료상의 대부분이 신원 추적이 어려운 조선족 등으로 이들이 잠적하면 자금주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추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시장 음성화 부채질=조특법은 금시장 양성화를 위해 마련된 은행권의 골드뱅킹부문에도 부작용을 낳고 있다.
조특법에 따르면 은행은 금을 들여올 때만 부가세 면세 혜택을 받고 공급할 때는 과세한 뒤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 이는 은행의 금값 경쟁력이 떨어져 골드뱅킹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처럼 금에 부과되는 부가세를 없애거나 세율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금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금을 상품으로 간주하고 유통단계에서 세율이 10%에 이르는 부가세를 물리는 탓에 각종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
신한은행 강영진(姜永珍) 상품개발실 차장은 “국내 금 유통시장이 매우 낙후된 데다 조특법의 금 과세체계 때문에 편법이 나타나기 쉽다”며 “정부가 나서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선진화된 거래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낙회(金樂會) 재정경제부 소비세제과장은 “금시장 양성화 과정에서 그동안 안 보였던 불법 사례들이 이제 막 보이기 시작한 단계로 파악하고 있다”며 “국세청을 통해 과세체계의 장단점을 분석한 뒤 보완할 부분이 드러나면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