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과 올해 초 동아시아지역을 휩쓸었던 조류독감은 이 지역의 ‘풍토병’으로 자리 잡아 완전 근절할 수 없으며 인간에게 치명적인 ‘대륙간 전염병(pandemic)’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8일자)는 미국 중국 베트남 태국 등 4개국 합동조사팀이 2000∼2004년 중국 남부 3개 성과 홍콩 가금류시장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발표했다. 실제로 중국 태국 베트남에서는 이미 조류독감이 재발했다.
▽사육 오리가 원인=조사팀은 중국 남부의 사육 오리가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 발생에 중심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철새들이 바이러스를 급속하게 퍼뜨린 매개체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사팀은 H5N1 바이러스가 중국 남부에서 계속 퍼졌으며 특히 기온이 영상 20도 밑으로 내려가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집중적으로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2000년에는 수생 조류에서만 H5N1이 검출됐지만 2001년부터는 수생 및 육상 조류로 확산됐다.
▽대륙간 전염병 위험=조사팀은 H5N1 바이러스가 드물게 가금류에서 인간으로 옮겨지지만 사람끼리 전염되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단 사람에게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특히 농장 직원처럼 밀접 접촉하는 경우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거나 인간 인플루엔자(H3N2)와 결합해 사람끼리 감염되는 성질을 띨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돼지를 매개로 H5N1이 인간 인플루엔자와 결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다시 비상=중국 태국 베트남 3개국에서 최근 조류독감이 재발했고 확산 가능성이 있어 아시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뉴욕타임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베트남의 조류독감 사망자와 인도네시아의 조류독감 발생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8일 보도했다.
중국은 6일 안후이(安徽)성의 닭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하자 반경 5km 이내의 닭 2만2000마리 이상을 도살하고 다른 가금류에는 백신을 주사했다. 베트남에서도 2개 주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고 다른 2개 주에서는 의심사례를 조사 중이다.
태국은 7일 중부의 2개 농장에서 조류독감에 감염된 가금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류독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아시아 10개국에서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가금류 1억마리가 도살됐다.
이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