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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막걸리’ 박관원씨 술역사 박물관 열어

입력 | 2004-07-08 19:12:00

술의 역사를 보여주는 ‘배다리 박물관’을 최근 개관한 박관원씨. 막걸리를 마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을 재현한 인형이 눈길을 끈다.-고양=이동영기자


술과 관련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최근 만들어졌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에 자리 잡은 ‘배다리 박물관’이 그것. 배다리는 주교동의 한자 주교(舟橋)를 우리말로 풀어쓴 이름이다.

이 박물관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즐겨 찾았던 막걸리를 만들어 이름을 얻은 박관원(朴寬遠·72)씨가 만든 것.

이 박물관에는 고려, 조선시대 술병에서 100여년 전의 숙성용 대형 술통 등 술과 관련된 유물 300여점이 전시돼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씨가 빚은 ‘고양막걸리’를 오이 안주를 곁들여 마시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본떠 만든 인형이다.

1966년 고양시 한양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긴 박 대통령이 인근의 실비집을 찾아 막걸리를 찾았는데 이 막걸리가 바로 박씨가 만들어 공급했던 것.

막걸리 맛에 반한 박 대통령은 박씨의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매주 한 말씩 받아오게 했고 비운의 1979년 10월 26일에도 한 말을 청와대로 보냈다고 박씨는 기억하고 있다.

박씨는 “박 대통령은 양주를 마시고 마지막으로 내가 만든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입가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막걸리’ 소문을 들은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현대측에 맛보게 해달라고 부탁해 2000년 6월 이 막걸리가 북한으로 보내지기도 했다고 박씨는 전했다.

그러나 박씨는 갈수록 전통주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박물관을 만들게 됐다는 것.

특히 1999년 일본의 삿포로 맥주공장에서 100년 전의 일본 전통주점 간판, 술 제조기구, 술병 등이 전시된 것을 보고 건축을 전공한 아들 상빈(商彬·41)씨와 함께 박물관을 짓게 됐다.

5대째 가업을 잇게 된 상빈씨는 “아버지가 자신만의 제조비법을 전수해 주지 않고 있어 한약재를 가미한 새로운 전통주를 내 힘으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박씨는 한모금만 맛봐도 제조과정과 재료가 훤하게 눈에 들어온다고 했지만 주량은 한 사발도 못된다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박씨는 “막걸리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하고 전시공간과 문화공간도 마련해 누구나 즐겁게 올 수 있도록 했다”며 “계속 발전하는 전통주 주조의 모습도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031-967-8052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