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분야의 최고전문가’를 목표로 오늘도 쉬지 않고 일에 매진하고 있는 하나로텔레콤 제니스 리 전무. 그는 “모든 사람에게 하루는 24시간으로 똑같다”며 “인생의 첫번째 우선순위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원건기자
“진정한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꾸준히 경력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프로가 됩니다.”
하나로텔레콤(옛 하나로통신)의 제니스 리 전무(43)는 재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일반적으로 CFO는 남성들의 몫인데 리 전무는 이 분야에서 여성 CFO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그는 이화여대 영어영문과에 진학할 때만 해도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대학 3학년 시절 미국 버클리대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처음으로 기업경영 관련 경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경영 관련 과목을 수강하면서 재무가 적성에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건전한 상식과 논리적 사고방식만 갖췄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재무입니다.”
1990년 미국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을 딴 뒤 회계법인 입사를 고려했으나 회계감사보다는 직접 기업경영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컨설팅회사를 선택해 3년간 근무했다.
그 후 1992년부터 7년여 동안 재무책임자로서 옛 대우중공업 미국본사를 설립하고 키우는 일을 맡으며 사실상 ‘창업자’ 업무를 경험했다. 새로운 것을 이뤘다는 성취감과 함께 재무 분야가 천성적으로 맞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미국생활 16년에 시민권도 따고 생활기반도 확실히 잡았다.
1998년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볼보그룹이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 사업부문을 인수하는데 여러 국가를 상대로 재무업무를 해왔고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CFO 찾기에 나선 것.
볼보그룹의 제안을 받은 그는 ‘외국의 전략적 투자가는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일인데 CFO로 성공하기 위해 이 일을 꼭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답은 ‘그렇다’로 나왔고 별 고민 없이 한국행(行)을 결정했다.
“생활여건과 자녀교육을 생각한다면 미국에 남아야했겠죠. 하지만 저는 일이 최우선 순위고 CFO로서의 경력 개발에는 볼보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3년여 동안 전통적인 CFO 역할보다는 경영정상화에 더 깊숙이 관여했다. 볼보 본사에서 필요한 자금을 모두 투자했고 비상장회사여서 자본시장에 나가 돈을 조달할 필요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두 달 전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서 하나로텔레콤으로 옮길 때도 한국행을 결정할 때와 같은 판단기준을 적용했다. 기관투자가와 일반주주, 은행 등을 상대로 자금을 조달하고 그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해보는 것이 CFO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진짜 CFO의 역할은 회사의 영업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이를 자본시장에 전달하고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주주의 이익을 성실히 대변하는 역할도 핵심업무의 하나죠.”
그는 여성이 일에 몰두한다고 해서 가정이 망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역시 두 자녀에게 아침밥을 챙겨주거나 숙제 하는 것을 봐준 적이 없고 저녁에도 가장 늦게 집에 들어간다.
“애들은 열심히 일하는 엄마를 보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이것이 그들의 독립심을 키워줍니다. 시간은 줄이는 대신 질적인 교육을 강화하면 자녀교육도 문제가 없습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