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고, 머리 쥐어뜯고, 지시하고, 소리 지르고. 10일 바레인과의 친선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 한국축구대표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다양한 모습. 그는 이기고도 “아직 멀었다”며 선수들을 질타했다. 광주=연합
“아직 멀었다.”
10일 바레인과의 친선경기에서 한국축구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58). 한국이 경기를 압도하며 2-0의 완승을 거두었으나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본프레레 감독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골을 넣은 뒤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특히 훈련 때 강조한 패스의 정확성이 떨어졌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웬만한 지도자라면 지휘봉을 잡은 지 10여일 만에 가진 경기에서 승리하면 웃기 마련. 하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웃기는커녕 찌푸린 얼굴을 풀지 않았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오르고도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연상케 하는 대목.
“오늘 경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패스의 부정확성이었다. 최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정확하지 못해 공격도 제대로 안되고 상대 수비에 끊겨 위험한 역습 찬스를 많이 내줬다.”
본프레레 감독은 또 “볼을 갖지 않은 선수들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협력 플레이를 강조했는데 훈련 기간이 짧아서 그런지 이 부분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밝혔다. 축구는 11명이 모두 함께하는 스포츠인데 이날 한국선수들의 움직임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얘기.
반면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본프레레 축구는 스피드와 공격을 중시하는 토털사커임이 드러났다.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 때와 비교할 때 선수들이 감독의 주문을 잘 따르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날 선제골을 터뜨리며 공격을 주도한 이동국에 대해 “훈련 때부터 열심히 했고 첫 골을 넣어 팀에 좋은 영향을 줬다. 위협적인 공격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골 찬스를 많이 놓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아직 ‘본프레레호의 황태자’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
이날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친선경기에서 한국은 전반 2분 이동국이 발리슛 선제골을 터뜨렸고 전반 41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최진철이 헤딩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한국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친선경기를 갖는다. 본프레레 감독은 “트리니다드토바고는 바레인과는 다른 스타일의 팀이기 때문에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