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2일 "한나라당이 지난해에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안을 사과 한마디로 무효화하려는 것은 국회의 존재 근거와 민주적 국정시스템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킨 것이 실수가 아니라, 무효화하려는 것이 실수"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이 법안을 무효화하려는 데에는 수도권과 지방을 대립시켜 신(新) 지역주의를 조장하려는 불순한 의도도 깔려있는 것 같다"면서 "부당하고 정략적인 정치공세에 대해서는 원칙에 맞게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국민 여론의 흐름을 보면 정책에 대한 찬반도 있고, 공론화과정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그동안 수십 차례 공청회를 했으나 야당과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공론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기에는 공론화 과정이 미흡했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정책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범정부적으로 적극 설득해나가라"고 지시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신행정수도 건설은 단순한 하나의 정책이 아니고 정부와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정책 및 정치적 측면 모두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면서 "신행정수도 건설과 지방 균형발전이 대한민국의 핵심 발전전략이고,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사는 길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행정수도 이전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과 관련, 김 대변인은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적극 대응할 게 있으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청와대의 입장은 특별히 밝힐 게 없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