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공사 중 개교로 대규모 전학 사태와 법정 소송을 부른 경기 안양시 충훈고 사태 이후 교육인적자원부와 경기도교육청은 개학 전 완공이 확실한 학교에 대해서만 학생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표가 나온 지 4개월여 만에 ‘공사 중 개교 금지’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경기도 여건상 완공 후 개교는 힘들기 때문. 문제는 공사 중 개교 학교의 부실한 교육 여건과 교육부의 현실성 없는 지침이다.
▽축구공조차 없는 학교=경기 용인시 죽전택지개발지구 안에 들어선 대덕초교는 이달 1일 문을 열었다.
개교 당시 2명이었던 학생은 12일 현재 33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강당과 식당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음악실에는 피아노가 없고 컴퓨터실 역시 텅 비어 있었다. 축구공조차 마련하지 못했다고 학교 관계자는 말했다.
이 학교와 함께 개교한 죽전지구 내 신촌초교는 급식실을 운영하지 못해 1교시 수업시간이 다른 학교보다 40분 빠르다. 오전 8시반에 수업을 시작해 낮 12시20분까지 5교시 수업을 받고 점심은 집으로 돌아가 먹는다.
이처럼 교육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교가 문을 연 것은 공사 중 개교 여부를 심의하는 지역교육청의 개교심의위원회가 ‘오락가락’ 했기 때문이다.
용인교육청의 개교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이들 학교를 포함해 4개 학교의 공사 중 개교를 불허했다. 그러나 새로 입주한 학부모의 반발 등을 이유로 열흘 만에 개교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들 학교는 개교 결정 이후 사흘 만에 부랴부랴 문을 열었다.
▽현실 무시한 교육부 지침=교육부는 불가피하게 공사 중 개교를 할 경우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개교위의 심의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입주조차 하지 않은 지역의 학부모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기 화성교육청은 태안택지개발지구 내 구봉초교의 공사 중 개교를 위해 지난달 구봉초교 대상 학구에 입주했거나 입주할 2844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지를 돌렸다. 그러나 응답한 가구는 설문 가구의 2.9%인 83가구에 불과했다. 이 중 57가구가 완공 후 개교를 원해 이 학교의 개교는 이달 1일에서 9월로 연기됐다.
화성교육청 관계자는 “83가구가 전체 학부모의 의견을 대변하지는 못하지만 달리 의견을 수렴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15∼20명으로 구성되는 개교심의위원으로 참여하는 학부모 역시 대표성을 갖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용인교육청 관계자는 “개교심의위원의 25% 이상을 학부모 대표로 채우는데 대부분 아파트 시행사에서 선정해 주고 있어 이들이 학부모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개교위가 여론에 따라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견 수렴과 심의위 구성, 공사 중 개교 평가지침 등을 보다 세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에선 올해 하반기 23개 초교가 개교하며 내년에는 120여개 학교가 문을 연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올해 9,10월 경기도 내 개교 예정 학교개교예정 학교명개교 학급수완성 학급수위치2004년 9월수원 대선초2548팔달구 망포동 〃 팔달초3448 〃 우만동 〃 매화초2236 〃 매탄동동두천 이담초2436송내택지지구양주 덕계초2336덕계동안산 호원초2442상록구 고잔택지지구화성 태안초1536태안택지지구 〃 진안초2036 〃 〃 구봉초936 〃 〃 기산초1036태안읍 기산리 〃 벌말초1736 〃 병점리파주 임진초2436문산읍 문산리용인 대청초1336죽전택지지구
〃 청운초1136 〃 〃 현암초1236 〃 〃 성지초630구갈3택지지구 〃 갈곡초1136 〃 〃 이동초1136이동면 천리2004년 10월남양주 장내초1842평내택지지구 〃 판곡초2442호평택지지구용인 언남초1236구성읍 언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