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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용관/수도이전 비판하면 탄핵세력?

입력 | 2004-07-12 18:29:00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노무현 대통령, 6월 15일 국무회의)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운동, 퇴진운동으로 느끼고 있다.”(노 대통령, 8일 인천 토론회)

“탄핵에 찬성했던 분들이 연계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 11일 기자간담회)

수도 이전 논란에 대한 노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수도 이전 반대 또는 재검토 주장은 ‘제2의 탄핵’이라는 논리로 비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청와대의 이 같은 태도는 이번 사안을 ‘정책’ 공방이 아닌 ‘정치’ 공방으로 스스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수도 이전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정치성’을 띠는 사안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국가 백년대계와 직결된 정책의 문제다. 전문가들간에 수도권 과밀화 해소, 경제성 등을 놓고 찬반 토론이 치열한 것이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반대와 찬성이 5 대 4 정도로 팽팽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측이 언론의 문제 제기를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은 모든 사안을 권력 투쟁적 시각에서만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청와대의 논리대로라면 ‘수도 이전을 재고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성명을 최근 발표한 송월주(宋月珠) 스님, 서경석(徐京錫) 목사 등 각계 원로들도 현 정권의 퇴진을 바라는 세력이란 말인가.

김 실장이 탄핵 운운한 대목은 더욱 석연치 않다. 혹시라도 탄핵정국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 사이에 깊게 팬 갈등의 골과 상처를 상기시켜 피아(彼我) 구분에 활용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말꼬리를 잡으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도 이전 찬성론이나 반대론이나 각기 나름의 근거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권세력이 굳게 닫은 마음의 문을 열고 토론에 임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정용관 정치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