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의 명성을 자랑했던 전주한지(韓紙)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영세한 전통한지 생산업체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있는데다 한지의 고장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강원 원주가 전주의 명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전북도에 따르면 이달 현재 도내에서 전통 한지를 생산하는 업체는 13곳으로 10년전에 비해 9곳이 줄었고 업체별 평균 종업원도 3.6명으로 영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20∼30년 전만해도 전국 80%를 차지했던 전주한지의 시장 점유율도 최근 30∼40%대로 떨어졌다.
갈수록 전통한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데다 중국 등 값싼 외국제품의 국내 반입은 늘고 있어 영세한 한지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1999년부터 한지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원주시가 전통한지 육성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한지의 고장’ 명성을 내줘야 할 처지로 몰리고 있다.
원주시는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한지대전’의 규모를 키우고 내년에는 패션의 도시인 프랑스 파리에서 한지문화제를 개최키로 하는 등 한지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자체적으로 ‘한지개발원’을 설립해 국제품질인증도 획득한데 이어 ‘한지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185억원의 국비를 확보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수백 년간 내려온 전주한지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관련 자치단체가 특단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오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