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재즈를 위한 시도로 손에 꽹과리를 들고 무대에 등장한 재즈 가수 윤희정. 그는 최근 발표한 ‘C.E.O.J’ 1집에 대해 “재즈가 인간을 위한 음악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사진제공 그린웍스
● 새 음반 ‘C.E.O.J’ 1집 발표
재즈 보컬리스트 윤희정(51)은 에너지와 열정이 넘친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재즈와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그는 “늘 보고 싶은 사람이 되자”가 좌우명이라고 한다. 그 말은 그가 97년부터 거의 매달 펼치고 있는 공연 ‘윤희정 & 프렌즈’의 객석을 가득 메우는 팬들로 입증된다. 그의 공연에 자주 오는 앙드레 김은 “언제 두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라고 말한다.
윤희정이 최근 새 음반 ‘C.E.O.J’ 1집을 냈다. ‘C.E.O.J’는 ‘코-에듀테인먼트 오브 재즈’라는 의미다. 재즈에 교육과 재미를 함께 접목했다는 뜻이다. 교육이란 단어가 낯설지만, 윤희정은 여기에 각별한 의미를 둔다.
“음악은 선택입니다. 교육은 그 선택을 위한 설득이구요. 설득하면 공감하게 되고, 그 다음에는 재즈가 필수로 바뀝니다.”
‘C.E.O.J’는 재즈 대중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윤희정의 첫 시도다. 음반에 수록된 15곡을 듣다 보면 재즈 특유의 모호함이 다가온다. 정통 재즈와 한국의 꽹과리 태평소의 어우러짐, 음과 음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보컬, 정형이 없으면서도 있는 듯하고 있으면서도 없는 듯한 사운드…. 윤희정은 “90년대 초반 이처럼 아지랑이 같은 재즈 사운드에 매료돼 재즈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 꽹과리등 결합 신명나는 농악재즈
그는 특히 한국 뮤지션은 한국적 재즈를 할 수 밖에 없다며 꽹과리 등으로 국제화를 겨냥한 제3의 리듬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타이틀곡은 ‘유드 비 소 나이스 투 컴 홈 투(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로 콜 포터의 대표곡 중 하나다. 라틴 맘보 리듬을 가미해 열정과 익살이 동시에 배어 있다. 직접 가사를 번안한 윤희정은 “전설적인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빌리 홀리데이나 엘라 피츠제럴드도 가사가 70%라고 했다”며 “보컬리스트는 기악곡에 가사를 붙이는 것(보컬라이즈)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록곡 ‘아씨’는 70년대 인기 드라마 주제가로 이미자가 부른 노래를 영어로 번안해 불렀다. 이미자의 ‘아씨’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이 노래는 또 다른 매력과 필링으로 다가온다. ‘Y.H.J. 블루스’는 윤희정의 재즈 스승 이판근의 창작곡으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사로 붙였다. 이정식의 색소폰, 태평소, 꽹과리, 라틴 악기를 결합해 신명나는 농악 한마당을 펼치는 듯하다. 대곡 스타일의 ‘애프로 블루’는 ‘버블 시스터스’로 활동하고 있는 딸 김수연이 코러스를, 사업을 하는 아들 김태현이 랩을 한 ‘가족 노래’다.
72년 ‘세노야 세노야’로 데뷔한 윤희정은 블루스를 거쳐 90년대 초반 재즈에 정착했다. 이후 20여 년 간 재즈에 천착해온 그는 “좋은 재즈는 뮤지션이 즉흥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멜로디가 사라진다”며 “영혼의 소리를 내는 재즈 싱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아마추어 재즈 전도사 140여명 배출
그는 앞으로 ‘C.E.O.J’ 시리즈를 계속 낼 예정이다. ‘윤희정 & 프렌즈’ 무대에서 그의 ‘교육’을 받고 노래한 아마추어들이 탤런트 박상원, 홍사덕 전 의원 등 140여명에 이른다. 그래서 이 공연을 다녀간 팬들은 윤희정이 펼치는 ‘재즈 문화운동’의 지지자가 된다.
“재즈는 인간에게서 나온 음악이어서 들으면 들을수록 인간이 됩니다. 우리나라가 전국 곳곳에서 재즈를 흥얼거렸으면 합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