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군 韓信(3)
“소(蕭)승상을 찾는 일이라면 제게 맡기시고 대왕께서는 자중하십시오. 소승상은 제가 패현 마구간에서 막일을 할 때부터 가까이서 모셔 잘 아는 분입니다. 결코 그리 떠날 분이 아니십니다. 반드시 까닭이 있을 터, 저 홀로 뒤쫓아 가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 듯합니다.”
한번 먹은 마음이라 그런지 한왕이 그런 하후영의 말에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소하라면 나도 태복에 못지않게 오래 알아온 사람이다. 그런 내가 그 까닭을 짐작조차 못하겠는데 태복이 어떻게 떠나가 버린 지 벌써 하루가 지난 그를 찾는단 말인가?”
“마음에 짚이는 일이 있습니다. 소승상을 모셔온 뒤에 아뢰겠사오니, 대왕께서는 부디 마음을 편히 하시고 기다려 주십시오.”
하후영이 다시 그렇게 한왕을 달랬다. 그래도 한왕은 함께 나서겠다고 우기다가 한참만에야 겨우 하후영 혼자 소하를 뒤쫓도록 해주었다. 한왕의 허락을 받은 하후영은 가장 빠른 말 네 마리를 골라 참마(參馬)까지 달고 몸소 수레를 몰아 왕궁을 나갔다.
그런데 그날 해가 지기도 전이었다. 걱정하며 기다리는 한왕에게 노관이 달려와 말했다.
“태복이 소승상을 모시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한왕이 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한달음에 대전으로 달려 나가려는데 소하가 홀로 한왕을 찾아보러 내전으로 들어왔다.
“공은 나를 버리고 달아나려 했다고 들었소. 그 까닭이 무엇이오?”
한편으로는 괘씸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했지만, 한왕은 짐짓 꾸짖듯 소하에게 물었다. 소하가 별로 움츠러드는 기색 없이 대꾸했다.
“신이 어찌 감히 달아나겠습니까? 신은 다만 달아나는 자를 뒤쫓았을 뿐입니다.”
“달아나는 자를 뒤쫓는 일이라면 다른 장수를 시킬 수도 있었고, 또 공이 직접 가더라도 내게 알리고 떠날 수는 있었을 것이오.”
“그럴 겨를이 없었습니다. 아침상을 받고 있다가 그가 이미 간밤에 달아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수저를 내던지고 마구간으로 달려가 빠른 말을 골라 타고 뒤쫓기에 바빴습니다.”
“그게 누구요? 누구를 뒤쫓았다는 말이오?”
한왕이 그래도 못 믿겠다는 듯 다시 물었다. 소하가 한왕을 지그시 올려보며 무언가를 일깨워주듯 말했다.
“한신(韓信)입니다. 다행히 뒤쫓은 지 하루 만에 한신을 붙잡아 되돌아가자고 달래는데, 태복이 빠른 수레를 몰고 뒤따라와 함께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그 말에 한왕이 잠시 멈칫했다. 한신이라면 한왕도 알 만했다. 처음에 번쾌가 데려와 연오랑(連敖郞)으로 써보았고, 나중에 다시 하후영이 무겁게 써달라고 추천하기에 치속도위(治粟都尉)로 올려 세운 바 있었다. 그 뒤에는 소하도 몇 번 한신의 재주를 칭찬한 것 같았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오래전 항량이 살았을 때 그 군막에서 한신을 본 기억도 있었다.
여러 가지로 미루어 한신에게 남다른 재주가 있음은 분명하였다. 그러나 한왕은 왠지 한신을 가까이 두고 무겁게 쓰고 싶은 마음이 선뜻 일지 않았다. 한신이 주군(主君)을 바꾼 데서 비롯된 의심이나, 젊은 시절의 마뜩지 못한 행실을 전해 들어서만은 아니었다. 어떤 근원적인 의구심, 또는 떨쳐 버릴 수 없는 불길한 예감 같은 것이 한왕을 망설이게 했다.
글 이문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