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최근 입법예고한 문화재보호법 개정 법률안에 발굴조사보고서를 제때에 내지 않을 경우 징역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넣어 고고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31조는 발굴조사기관이 발굴 완료 후 2년 이내에 발굴조사보고서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고, 연장신청을 할 경우 2년의 시간을 더 주도록 유예조건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조항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화한 측면이 있었다. 이에 문화재청은 이번 정기국회 때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보고서 제출시한을 지키지 않을 경우 최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는 조항을 삽입한 것.
고고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발굴조사연구도 학술행위인데 시한을 정해놓고 ‘지키지 못할 경우 감옥에 보내겠다’는 것은 행정편의를 앞세운 발상이자 입법 의도와는 반대로 오히려 보고서의 부실화만 재촉할 뿐이라는 것.
그러나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 “학계에서 발굴조사서를 논문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제출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며 “보고서 발간이 늦을수록 해당 문화재 보존에 문제가 생기고 다른 학자들의 연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4년의 시한이 지났는데도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는 105건의 발굴조사와 해당 발굴조사기관 29곳의 명단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중에는 보고서를 9건이나 내지 않은 곳도 있다.
아무리 학문적 연구를 중시한다 해도 규정 기한의 2배를 넘기고도 상습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행위는 학문적 나태함이라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해법으로 징역형까지 들고 나온 문화재청도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렵다. 문화재청 내에서도 실제사격용이 아니라 엄포용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화재만큼 깊은 맛이 우러나는 행정을 기대해본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