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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패러디 논란]막가는 정치패러디… 인신공격 난무

입력 | 2004-07-14 18:57:00


성적 비하와 인신공격성의 저질 정치 패러디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간헐적으로 선보여온 정치 패러디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만화 및 영화를 패러디한 형태로 본격 제작 유포되기 시작했다. 특히 패러디는 친노(親盧) 진영 네티즌들이 주도했고 ‘서프라이즈’,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등을 중심으로 급속 확산됐다.

최근 정치 패러디의 원조 격으로는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과정을 친노 시각에서 바라본 ‘대선자객’이 꼽힌다. 노무현 대통령과 안대희(安大熙) 전 대검 중수부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나라당을 사실상 악의 진영으로 그렸고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될 만큼 화제를 모았다.

탄핵정국 전후로는 ‘정치 본색’이라는 패러디가 화제였다. 한나라당을 ‘딴나라파’, 민주당을 ‘새천년 러닝구파’ 등 야권을 조직폭력배 집단으로 묘사했고 각 당 지도부 간의 대화도 상스러운 용어로 표현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무혀니 쉐이(노무현 대통령)는 짱돌 매달아 하수구에 처박는 일만 남았습니데이”라고 보고하는 식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총선 직전 ‘OK 좋은 나라’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무법자 노란돼지’ 등의 패러디로 대응했다. 노 대통령의 희망돼지 모금운동을 빗대 “돼지 한 마리를 옆에 끼고 홀연히 나타난 무법자가 있었으니…”라는 식으로 막말 공세를 폈지만 별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패러디는 총선 이후 잠시 주춤하다 각종 악재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여권 내에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다시 줄을 이었다. 막가파식 비난 수위는 더 높아졌다.

친노 진영에서는 6월 말경부터 ‘라이브이즈’라는 친여 사이트에 ‘여의도룡기’라는 패러디를 연재했다. 이 시리즈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전설의 유신 공주-박그네’로 묘사됐는데 특히 “등에는 다카기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의 창씨개명 당시 일본식 이름) 문신, 얼굴에는 귀신같은 심홍색 눈동자…”라고 표현되어 있다. 또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이빨마녀 젖여옥’, 김영선(金映宣) 의원은 ‘흔들어주세요 영써니’라고 표현하는 등 성적 비하 논란을 일으킬 만한 문구도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의 ‘OK 좋은 나라’에도 지난달부터 노 대통령의 혀를 피 묻은 칼과 합성하고 북한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동상에 노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하는 패러디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형식(金亨植)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여기에 비교하면 청와대 홈페이지 패러디는 사춘기용 연애영화 포스터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치 패러디의 범람을 제어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통신 관련 법률에 산재해 있어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한양대 안동근(安東根·언론학) 교수는 “외국의 경우 박 전 대표 패러디 사진처럼 홈페이지 관계자가 의도적으로 잘 보이게 편집했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차후 유사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관련 법 정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