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호 면회소.’
청와대를 한 번쯤 방문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곳을 지나게 된다. 그러면서 “왜 55호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청와대 정문에서 50여m 떨어진 길가에 있는 55호 면회소는 ‘구중궁궐’ 청와대와 민간 세계를 잇는 유일한 통로다. 비서동 건물에 근무하는 청와대 직원들은 이곳을 통해 출입하고, 일반인들이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면회 신청을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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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55호 면회소의 간판이 40여년 만에 바뀌게 된다. 지난달 말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이 “55호라고 하니 너무 생경하다”며 이름을 바꾸라고 지시했고 청와대는 전 직원을 상대로 새 이름 공모에 나섰다.
청와대 비서동의 출입구인 이곳에 ‘55호’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1963년 대통령경호실이 창설되면서부터. 당시 경비초소들에 정문을 기준으로 차례로 번호를 매겼고 이곳에는 ‘55’라는 번호가 붙여졌다.
55호 면회소는 과거 사기꾼들의 활동 무대가 되기도 했다. 청와대의 높은 사람에게 이권 청탁을 해 주겠다면서 민원인을 이곳으로 데려가 사기를 친 것. 청탁한 사람에게 “면회소 앞에서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 사기꾼은 면회소로 들어가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10분 정도 쭈그리고 있다 나와서 “높은 사람을 만나 다 해결했다”고 속이고 거액을 챙기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김 실장은 비서동 사무실에도 ‘○○수석비서관실’ ‘○○비서관실’ 식으로 모두 이름을 붙이도록 했다. 그동안 비서동 사무실 이름은 보안 사항이라는 이유로 ‘○○○호’라는 호실 번호만 적혀 있어 화장실만 빼고는 뭐 하는 사무실인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민원인이 찾아왔다가 찾는 사무실이 몇 호실인지 잊어버려 헤매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최근 55호 면회소에는 비서동 건물 층마다 어떤 사무실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안내도도 새로 마련됐다.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 청와대 앞길 개방으로 시작된 청와대 ‘문민화’ 작업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인 셈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