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이 정규수업 이전에 실시하는 ‘0교시’ 수업을 폐지하고 수준별 보충학습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해 6월부터 시행하도록 했지만 학부모와 일선 학교의 반발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교육청의 지침을 따르고 있지만 일반계 고교를 중심으로 학부모와 학교장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논란의 발단 및 실태=시교육청은 올해 2월 전교조 인천지부와 합의한 ‘방과후 교육활동 등에 관한 단체협약안’에 따라 5월 25일 시행지침을 마련해 일선 학교에 시달했다.
이에 따르면 일선 학교는 현재 정규수업 이전에 시행중인 교육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0교시 수업을 폐지하도록 했다.
또 학기 중 수준별 보충학습을 운영하되 1학년과 2학년은 주당 6시간 이내, 3학년은 주당 10시간 이내에서 하도록 규정했다.
여기에 방학 중 수준별 보충학습은 여름철에는 1학년과 2학년의 경우 60시간 이내, 3학년의 경우 100시간 이내로 하도록 했다. 오후 7시 이후에는 운영하지 않도록 했다.
그 동안 수준별 보충학습은 학교 실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상당수 고교는 학생들을 오전 8시에 등교시킨 뒤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어 기존 0교시 수업과 다를 것이 없는 실정이다.
또 수능시험을 앞둔 3학년은 주당 10시간의 보충수업이 터무니없이 적다며 방과 후 편법으로 보충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 학교장 반발과 대응=학교에서는 0교시 폐지와 보충학습 시간의 제한으로 성적이 중간 정도인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모 고등학교 교감은 “중간 정도의 성적인 학생들은 학교에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성적이 향상될 수 있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름방학에 더욱 심각해진다.
예전에는 80시간가량 수준별 보충학습을 실시했지만 새 지침에 따라 60시간으로 줄면서 2주 정도의 수업만 가능하다. 여름방학이 보통 33일인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19일은 집에서 자율학습을 하거나 학원 등을 다녀야 한다.
고 3수험생을 두고 있는 학부모 주모씨(여·45)는 “보충학습을 줄이는 바람에 방학기간에 다닐 독서실에 알아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 일반계고교 학교운영위원협의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학생의 학습권은 학교장과 학부모, 학생이 의논해 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라며 교육청이 새로운 지침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인천지역 일반계 62개 고교 교장들로 구성된 협동장학협의회 박종식(朴宗植·61·연수여고 교장) 회장은 “다른 시도는 학교와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실정에 맞도록 0교시 수업과 보충학습을 시행하는 만큼 시교육청이 좀더 유연한 지침을 내놓아야한다”고 말했다.
▽교육청과 전교조 입장=전교조는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고 교사를 혹사시키는 0교시 수업을 완전히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밤늦게 자율학습을 한 뒤 다음날 0교시 수업을 위해 일찍 등교하는 것은 학력 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청과의 합의안은 학생의 건강과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정영숙 장학사는 “현재 학교별로 담당 장학사가 정해져 실태 파악을 하고 있는 만큼 지침을 지키지 않는 학교에 대해서는 경고 등의 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