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비의 정치 패러디 ‘대선자객’
“패러디가 아무리 저작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기네들 입맛대로 무단으로 잘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가. 청와대나 언론이나 다 똑같다. 불쾌하다”
‘첫비’라는 필명으로 더 알려진 ‘박근혜 합성 패러디’의 원제작자 신모씨. 그는 자신의 작품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각 정치권력간 게임에 이용됐다는 데 분노했다.
항간에선 신씨가 청와대와 결탁해 일부러 박 대표를 모욕하는 합성 사진을 만들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지만, 그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신씨는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것도 내가 아니다”라며 “어떤 네티즌이 라이브이즈닷컴에 연재한 내 작품을 보고 청와대 게시판에 퍼 날랐고, 청와대에서 이를 다시 초기화면의 ‘열린마당’코너에 띄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씨는 보도가 나간 직후인 14일 오전 청와대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렸다.
청와대가 원제작자에게 일언반구 없이 초기 화면에 올린 것을 짚고 넘어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감정에 치우쳐 글을 쓴 게 아닌가 싶어 곧바로 삭제해 버렸다고 한다.
신씨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언론사들과 한나라당의 오락가락 행보를 비판하고 싶었다”며 “그동안의 행태를 망각한 듯한 언론과 한나라당을 겨냥해, 영화 ‘해피엔드’ 포스터의 ‘이 순간만은 서로 모든 걸 잊어버리자’는 카피문구를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씨는 성적 모독 논란과 관련,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상징적인 존재 아닌가”라고 묻고 “한나라당을 패러디 한 것이지, 결코 여성 정치인을 성희롱하고 비하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일부 언론들이 침대 장면만 떼어내 선정성을 부각 시켰다”며 “그렇게 편집하니 내 눈에도 야하게 비치더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화한 패러디 작품들도 많지 않으냐”며 “전체 맥락에서 봐야지 장면 하나하나를 문제 삼으면 정치 패러디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씨가 패러디를 고정 연재하고 있는 라이브이즈닷컴(www.liveis.com)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김태일 대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더니, 의도와는 다르게 신씨가 저질 파렴치범으로 몰렸다”며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다. 그의 패러디에 열광했던 언론들이 하루아침 사이에 돌변해 인신공격까지 해대며 ‘마녀사냥’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해 말부터 라이브이즈닷컴에 ‘대선 자객’ 시리즈를 연재해 유명해진 인터넷 패러디 작가. 이 일로 두 차례 경찰 수사를 받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신씨는 패러디 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각인됐다.
신씨는 최근에도 ‘17대 국회에 보내는 국민의 축하 메시지’라는 합성 포스터를 제작해 또 한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축하 화환 이미지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해’, ‘16대처럼 했다가는 죽는다’, ‘입으로 말고 가슴으로 정치해’ 등의 메시지를 넣어,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머슴임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