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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캘린더]공연집단 ‘현’…한국적 정서로 푼 파우스트

입력 | 2004-07-15 16:53:00

사진제공 공연집단 현


괴테의 걸작 ‘파우스트’를 창작뮤지컬로 만난다.

공연집단 ‘현’은 17일부터 8월 8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중앙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뮤지컬 파우스트’(김나영 작, 이재성 연출)를 공연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난해한 내용으로 접근 자체가 어려웠던 고전을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 감각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국악작곡가인 김성국씨가 음악을 맡은 점도 눈길을 끌고 거울을 활용한 색다른 무대 공간, 현대적 분장과 의상도 독특하다. 이 작품은 지난해 국립극장의 실험무대인 별오름극장에서 초연돼 호평 받았고, 이어 국립극장 달오름극장과 대학로 게릴라 극장을 거치며 공연을 다듬어 왔다.

지난해 무대와 다른 점은 뮤지컬계의 스타 김선경씨가 여자 메피스토로 처음 등장한다는 것. 또 실력파 배우인 김성기씨가 ‘파우스트’의 현신인 우 박사 역을 맡아 고뇌하는 파우스트 상을 보여준다. 이들 외에도 우 박사 역에 최민철, 메피스토 역에 이재식씨가 더블 캐스팅됐다. 극단측은 김성기-김선경, 최민철-김선경, 김성기-이재식 등 서로 다른 조합으로 매회 다른 느낌의 무대를 꾸밀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용을 현대화했다고 하지만 오락적 뮤지컬들과는 달리 ‘신과 인간’이라는 묵직한 주제의식은 오롯이 담겨 있다. 천상의 신들이 모여 우주만물을 노래하고 있는 첫 장면. 살그머니 무대 위로 스며드는 어둠의 존재 ‘메피스토’가 나타난다.

메피스토는 ‘잘못된 것을 깨달았을 때 되돌아올 수 있는 건 인간뿐’이라는 신의 목소리에 ‘이성을 잃기 위해 이성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대든다. 메피스토는 은근히 신을 조롱하며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두고 신과 내기를 하기에 이른다. 내기의 대상은 파우스트. 메피스토는 결국 파우스트의 숨겨진 욕망을 자극해 함께 어두운 욕망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 나간다. 이어 세속으로 내려온 우 박사는 질투와 오해, 죄의식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인간상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 대해 연출가 이재성씨는 “이번 뮤지컬에서 음악적 코드는 사랑의 감성을, 무용적 움직임은 박진감을, 그리고 드라마는 사랑의 가치에 대한 철학을 각각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