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동생과 말다툼을 하다 화를 못 참고 흉기로 찔러 동생을 죽게 한 형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관용을 베풀었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철)는 살인혐의로 기소된 손모씨(50)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비교적 가벼운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순간적인 격분을 참지 못하고 동생을 칼로 찔러 사망케 한 범행은 비난 가능성은 대단히 크나 피고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신은 결혼도 하지 않고 피해자인 동생을 포함해 부모를 대신해 뒷바라지를 해온 점을 정상 참작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손씨는 19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가출한 집에서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했다. 군 복무 후에는 죽은 동생을 비롯한 4명의 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버스 운전사로 일했다.
또한 자신은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동생 4명을 모두 결혼시키고 형사사건으로 구속된 다른 동생의 3살짜리 아들을 3년간 돌봐주기도 하는 등 형제들이 모두 인정한 자상한 형이었다.
이러한 손씨에게 닥친 불행한 일은 4월 중순 새벽, 사망한 동생이 운영하던 서울 면목동의 활어집에서 일어났다.
형제는 술자리에서 작은 아버지 문병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동생이 "형 노릇도 못하면서 무슨 형이나"며 손씨의 뺨을 때렸고 이에 격분한 손씨가 주방에서 흉기를 들고 동생의 배를 찔렀다. 동생은 급히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이후 손씨는 동생이 죽은 날 서울 영동대교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하다 경찰에 체포됐고 살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이러한 손씨에게 재판부는 살인죄에 적용되는 10년 이상의 중형이 아닌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고 주위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동생들과 우애있게 지내온 점, 피고인의 가족과 직장 동료들이 보내온 탄원서, 이 사건으로 가장 마음이 아플 피고인의 어머니의 심정을 참작해 이같은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