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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저주의 입맞춤’…브리티시오픈 우승뒤엔 성적 내리막

입력 | 2004-07-15 17:56:00

2001년 브리티시오픈 우승 뒤 클라레 저그에 키스하고 있는 전 세계랭킹 1위 데이비드 듀발. 하지만 그는 이후부터 급격히 추락, 끝없는 슬럼프에 빠져 있다. 듀발은 15일개막된 브리티시오픈 1라운드 경기전 갑작스런 등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클라레 저그’는 저주받은 술주전자인가.

클라레 저그(Claret jug)는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에게 주는 트로피. ‘프랑스 보르도산 적포도주(클라레)를 담는 술주전자(저그)’라는 뜻이며 클라레는 속어로 ‘피’라는 의미도 있다.

1873년부터 우승자에게 수여된 클라레 저그는 모든 골퍼들이 한번 차지하고 싶은 명예의 상징. 하지만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이 트로피를 안고 입을 맞춘 뒤 재능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다. 이른바 ‘클라레 저그의 저주’.

빌 로저스(미국)는 1981년 로열 세인트조지에서 열린 대회 챔피언. 그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올해의 선수’로 뽑혔을 정도였지만 브리티시 오픈 우승 이후 PGA에서 메이저대회 우승 없이 3승을 보탰을 뿐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했다. 현재 만 50세 이상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챔피언스 투어’에 출전하고 있으나 우승이 없다.

호주의 이안 베이커 핀치는 1991년 브리티시오픈 우승 이후 13년째 무승. 마크 캘커베키아(1989년 우승자), 톰 레먼(1996년 우승자), 저스틴 레너드(1997년 우승자·이상 미국)는 더 이상의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지 못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미국)에 앞서 마지막 세계랭킹 1위였던 데이비드 듀발(미국)은 2001년 브리티시오픈 우승 이후 천재적인 골프 재능을 잃어버렸다.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400위권 밖까지 랭킹이 떨어졌고 8개월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올 6월 US오픈에선 이틀간 25오버파라는 기록적인 스코어로 컷오프 탈락했다.

여기서 문제 하나.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깜짝 우승’했던 미국의 벤 커티스는 어떻게 됐을까.

브리티시오픈 이후 21개 대회 출전에 컷오프 탈락이 9번, ‘톱10’ 진입은 올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공동 8위)가 유일하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