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의 쪽방촌에서 17년간 노숙자를 돌봐온 광야교회 임명희 목사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한다. 구청이 쪽방촌을 철거하겠다며 6월부터 보상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 120여명의 노숙자가 기거하고 하루 700그릇의 식사를 제공하던 광야교회도 함께 사라질 판이다.
“철거 이야기는 작년부터 나왔어요. 인근에 새 건물을 지을 부지는 마련했으나 건물 지을 돈이 없어 막막합니다.”
후원금 등으로 한 달 운영비 2000만원을 충당하기도 빠듯해 건물 지을 돈을 저축할 여력까진 없었다고 임 목사는 설명한다.
“정부가 할 일을 우리가 한 것 아닙니까. 영리사업도 아니고 순수하게 봉사해 온 것을 인정한다면 정부가 건물을 지어줘야죠. 법적으로만 따지면 1인당 90만원씩 보상금을 주고 내보내면 그만이지만 당장 잘 곳이 없어진 노숙자들은 어떻게 합니까.”
임 목사는 노숙자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 노숙자들은 평소 살던 곳을 잘 떠나지 않기 때문에 철거되더라도 결국은 이곳 주변에 머물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교외에 번듯한 건물을 지어 살라고 해도 한두 달 지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청장을 직접 만나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고 싶지만 “바빠서 그런지 좀처럼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곳은 거의 매일 주먹다짐이 벌어지고 종종 칼부림도 일어난다. 임 목사는 신학생 때 이곳으로 전도 활동을 왔다가 목회자로 나서 뚝심으로 17년을 버텼다. 그러나 이젠 그도 힘이 빠진 듯했다.
“수도 이전에 수십조원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돈에서 아주 조금만 떼어내 쪽방촌 노숙자들을 위해 조그만 건물이라도 하나 지어주면 좋을 텐데…”라고 되뇌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