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세금을 못 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국세 체납액이 사상 최대인 16조원(관세 제외)에 육박했다.
특히 체납액 가운데 기업 도산이나 신용불량자 증가 등으로 세무 당국이 징수를 포기한 ‘결손(缺損) 처분 금액’도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수도 이전 등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보가 15일 입수한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의 ‘체납 국세의 효율적 관리 방안’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세청이 제때 거두지 못하거나 징수를 포기한 국세 체납액은 15조9974억원으로 2002년보다 7.69%(1조1430억원) 증가했다. 이 자료는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도 제출됐다.
이 같은 체납액은 정부가 당초 거둬들이기로 했던 118조6079억원의 13.5% 수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체납액 중 결손 처분 금액은 7조909억원으로 2002년에 비해 14.2% 늘었고 체납액에서 결손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사상 최대인 44.3%로 집계됐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 관세를 포함한 총 국세 수입은 43조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줄었다. 특히 법인세는 9조2880억원이 걷히는 데 그쳐 작년 동기 대비 15.4%나 감소했다.
이처럼 세수(稅收)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정부는 올해 하반기 재정 지출을 추가경정예산 1조8000억원을 포함해 4조5000억원가량 늘리는 한편 수도 이전 등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임주영(林周瑩) 교수는 “체납액 증가는 경기가 그만큼 나빠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이종규(李鍾奎) 세제실장은 “지난해 결손 금액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전체 세수는 세입 예산 범위 안에 있는 만큼 세수 차질은 없다”고 해명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