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윤재식·尹載植 대법관)는 15일 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최모씨(23)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을 열고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며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병역법 위반)을 확정했다.
이로써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로 인해 사회적 논란을 불러 온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일단락됐다. 또 1, 2심에 계류 중인 유사 사건에 대한 재판이 재개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죄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는 다른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병역의무가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현역 입영을 거부할 경우 처벌 대신 대체복무를 인정할지 여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다”며 “대체복무제도를 두지 않은 것이 헌법에 어긋나거나 종교적인 차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는 14명의 대법관 중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 손지열(孫智烈) 법원행정처장과 출장 중인 이규홍(李揆弘)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참여해 11명이 이 같은 취지의 다수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강국(李康國) 대법관은 “국가의 형벌권을 한발 양보함으로써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더욱더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무죄 취지의 소수(반대)의견을 냈다.
한편 다수의견에 동의한 11명의 대법관 중 유지담(柳志潭) 대법관 등 5명과 소수의견을 낸 이 대법관 등 6명은 이번 판결과는 별도로 대체복무제 도입 필요성을 인정하는 ‘보충의견’을 냈다.
최씨의 변호인인 김수정(金琇晶)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며 “헌재에서 문제의 병역법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 유엔 인권위에 제소하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2001년 11월 현역입영 통지서를 받고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올 4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최씨는 이날 판결로 형이 확정됐으며, 검찰에서 절차를 밟아 형을 집행하면 수감된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