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10년째인 방글라데시인 알롬(31)은 최근 한 식당에서 견디기 어려운 인격모욕을 당했다. 식당 주인이 주문도 받지 않고 “나가 달라. 우린 당신에게 음식을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
진한 갈색 피부의 알롬씨는 “지하철에서 내 옆에 빈 자리가 나도 사람들이 앉지 않고 피하는 것은 이미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됐다”며 “사람을 똑같이 대해주지 않는 것이 그저 마음 아플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대전에 살고 있는 카자흐스탄인 M씨(32)도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마치 불법체류 외국인인 것처럼 사람들이 쳐다본다”며 “마치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8년째 선교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독일인 요르그 바르트 목사(44)는 몇 년 전 국가인원위원회에 동료 목사들과 함께 피부색에 따른 한국인의 차별에 대해 진정서를 냈다.
바르트 목사는 “백인들이 길거리에서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고 있으면 한국인들은 ‘도와드릴까요’라고 먼저 물어 보지만 다른 유색인종은 본체만체하기 일쑤”라며 “한국인이 백인들에게만 특별히 친절한 것도 차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색깔을 ‘살색’으로 표현했던 것도 황인종 이외의 인종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주장했다.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한 국내 체류 외국인은 73만명 선. 이 가운데 ‘제3세계’ 출신자는 약 60%인 43만명이다. 특히 90년대에 들어 제3세계 외국인이 부쩍 늘어났다.
이들은 단지 피부색이 다르고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우연히 주운 물건을 찾아주려고 해도 오히려 삿대질을 당하거나 이유 없이 도둑이나 전염병자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가 지난해 발표한 ‘국내 거주 외국인노동자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38.8%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식당이나 가게에서 의심받거나 불친절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조롱과 욕설을 한 사람 중 67.3%가 동료 한국인이었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 김해성(金海性) 목사는 “한국인들은 자신들을 차별하는 서양인에게는 잘 하면서 다른 유색인종은 차별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뿌리깊다”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