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담당 검사의 공식 발표내용이 실체적 사실과 거리가 있더라도 이를 믿고 보도한 언론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민사4부(재판장 최종갑·崔鍾甲 부장판사)는 15일 박모 전 충북 옥천경찰서장(51)이 일부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취재원이 사건수사를 직접 담당한 검사들인데다 소정의 절차에 의해 발표한 것을 감안해보면 기자들이 진위에 대해 별도로 조사, 확인하지 않은 채 기사를 게재했더라도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도기관은 수사기관과 달리 진위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받고 신속한 보도의 필요성이 있을 때에는 조사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박 전 서장의 실명을 보도한 데 대해 “범죄 혐의자가 공인일 경우 누구인지가 관심의 대상인데도 신원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하면 국민의 알권리를 대행하는 언론의 공적 역할을 위축시키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그동안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발표를 ‘사실’로 믿고 보도해 온 언론의 관행상 민사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박 전 서장은 충남지방경찰청 방범과장으로 재직하던 1998년부터 부하직원이 오락실 업주로부터 받은 뇌물 중 3450만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2개 언론사와 6명의 기자, 프로듀서 등을 상대로 10억5000만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