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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유가 - 속타는 시장…중동불안-美 수요증가 겹쳐

입력 | 2004-07-15 19:01:00


1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6월 1일 이후 최고치인 40.97달러를 기록하면서 국제유가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비록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5일 산유량을 2% 늘리기로 결정했지만 테러 등 정치적 원인에 따른 수급 차질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유가 변동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당분간 고유가 행진”=이날 유가 급등은 ‘수요 증가’와 ‘공급 불안’의 두 가지 원인이 맞물렸기 때문. 이날 미국 에너지 정보청은 유류 재고가 210만배럴이 줄었다고 발표해 미국의 수요 증가가 현실로 드러났고, 중동지역 정정 불안이 계속되면서 공급 부문의 우려도 나타났다.

시장 분석가들은 미국의 경기 회복이 지속됨에 따라 당분간 유류 소비 증가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거래업체인 인피니티 브로커리지의 존 퍼슨은 “유코스 사태에 따른 러시아 수출 감소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여력도 한계에 부닥쳤다”며 “미국 내 재고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감소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빠른 시일 안에 유가가 안정되기는 어렵다는 것.

▽공급차질? 공급과잉?=그러나 미국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재 원유 공급량이 모자란 것은 아니라는 진단도 있다. OPEC는 7월부터 하루 200만배럴의 원유를 더 생산하고 있다. 원유시장 분석가 팀 에번스는 “3·4분기부터 공급이 수요를 큰 폭으로 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의 유가는 ‘수요와 공급’ 원칙보다는 테러 등 ‘정치적 변수’에 좌우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시카고 앨러론 트레이딩의 수석분석가 필 플린은 14일 보고서에서 “미국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우려와 이라크의 치안 불안이 유가를 올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피마트 USA의 분석가 스티브 벨리노도 “투기 세력이나 테러에 대한 불안 심리로 유가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전망=유가 예측이 크게 엇갈리는 것은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뜻이다.

방한한 셰이크 아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에너지장관은 14일 “최근 유가 급등은 수급 불균형에서 왔다고 볼 수 없다”면서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28∼32달러선에서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유가 분석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WTI 가격은 올해 4·4분기에 배럴당 34달러, 내년에는 3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반해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발표한 7월 월간 보고서에서 ‘지속적 테러 위협’과 ‘석유 수요 증가’를 이유로 앞으로 18개월간 유가 평균 전망치를 지난달보다 4달러 올린 37달러로 내다봤다. 모건 스탠리는 이미 5월 보고서에서 양극단의 예측을 제시했다. 중동 사태가 악화돼 원유 공급 기반이 붕괴되면 배럴당 80달러까지 급등하고, 중국 경기 경착륙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 20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 모건 스탠리는 이 두 가지 경우가 일어날 확률이 각각 20%(급등)와 15%(급락)로 추정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