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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원탁의 기사들, 신화의 보따리를 풀어라

입력 | 2004-07-16 17:24:00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제임스 놀스 글 루이스 리드 외 그림 김석희 옮김/520쪽 1만4000원 비룡소(초등 5년 이상)

◇아더 왕 이야기/장 마르칼 글 김정란 옮김/각권 408쪽 내외 뮈토스(청소년 이상)

영국의 전설적인 킹 아서(King Arthur)를 ‘제대로’ 다룬 책이 잇달아 번역돼 나왔다. 번역가와 시인이 각각 영어와 프랑스어에서 ‘제대로’ 옮겨 분량이 많은데도 술술 읽힌다.

아서왕 전설은 만화 동화 소설 애니메이션으로 많이 소개됐고 23일에는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된다.

그러나 아서왕 전설이 켈트족의 신화를 바탕으로 했고 기독교 전승까지 덧씌워져 여러 문학작품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아는 독자는 많지 않다. 아서왕의 탄생, 성배전설, 엑스칼리버, 가웨인의 모험담, 랜슬롯의 연애이야기,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이 모두 여기에 나온다.

전설에 의하면 영국은 로마의 시조인 아에네아스의 자손 브루타스에 의해 창건됐다. 브리튼이라는 섬 이름도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브루타스의 자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은 아서였다. 그는 브리튼을 로마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켰고 앵글로 색슨 침략자들로부터 지키는 데 성공했다. 켈트족의 영웅인 아서가 영국인의 조상인 색슨족을 브리튼으로부터 몰아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세에 가서 영국인의 위대한 전설적 영웅이 됐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은 15세기 영국에서 아서왕 전설을 집대성해 그 권위를 인정받은 토머스 맬러리의 방대한 산문 ‘아서 왕의 죽음’을 1860년 아이들에게 맞게 고쳐 쓴 것이다. 19세기 영국 당대의 최고 편집자인 제임스 놀스는 우리식 원고지로 셈하면 6000장에 달하는 방대한 산문을 간추려 새로 썼다.

자신에 대한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아서가 런던의 교회 앞마당에 있는 바위에서 칼을 뽑는 장면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형님께 이 칼을 갖다드리려고 여기로 왔습니다. 그리고 쉽게 바위에서 칼을 빼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너야말로 이 나라의 왕이 되어야 할 사람이다.”

원탁의 기사들에게 계율을 내리고 기사들이 왕에게 맹세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항상 진실하고 고결한 기사가 되어라…자비를 청하는 자에게는 자비를 베풀어라. 숙녀와 처녀들에게 모든 도움을 주어라.’

빠른 이야기 전개가 한번 책을 손에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고 모두 8권이나 되는 방대한 소설로 정리해낸 ‘아더 왕 이야기’가 지루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켈트신화의 권위자인 프랑스작가 장 마르칼이 40여년에 걸친 연구와 탐색 끝에 써낸 대작이지만 상상력을 잔뜩 자극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재미있는 점은 15세기 맬러리가 등장할 때까지 영국에서는 아서왕에 대한 독창적인 작가가 한 사람도 배출되지 못한 반면 프랑스에서 크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아서 왕의 죽음’도 프랑스어로 된 아서왕 이야기를 번역가였던 맬러리가 영어로 번역하면서 웅대한 스케일로 꾸민 것이다.

먼저 제1, 2권이 나온 ‘아더 왕 이야기’에서 장 마르칼은 이 같은 전통을 토대로 켈트족의 역사와 문화를 폭넓고 깊이 있게 소개한다.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다양한 원주와 역주도 책 말미에 실려 있다.

제1권 ‘엑스칼리버’는 브리튼 땅에서 벌어진 투쟁의 역사와 아서가 왕에 오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더는 두 손으로 칼자루를 잡더니…칼은 넘어가고 있는 태양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났다. 젊은이의 얼굴은 어린 데다 소박하게 차려입었는데도 위엄이 흘러넘쳤다. 군중 사이에서 일제히….’ 영락없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제2권 ‘원탁의 기사들’에는 가웨인을 비롯해 수많은 기사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