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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재수가 아니라 확률이다’…우연들 속에 숨은 확률

입력 | 2004-07-16 17:25:00


◇재수가 아니라 확률이다/버트 K 홀랜드 지음 강주헌 옮김/246쪽 1만2000원 휘슬러

1950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베아트리스의 한 교회에 두 사건이 발생한다. 첫째는 그날 저녁 성가연습에 15명의 성가대원이 모두 지각을 한 것이다. 지각 사유는 늦잠, 교통사고, 지리숙제 등 제각각이었지만 이들이 모두 지각할 확률은 대충 1000만분의 1에서 100억분의 1 사이였다.

그런데 이런 기적 같은 확률로 그들은 두 번째 사건을 피할 수 있었다. 그날 성가연습을 시작하기로 예정된 시간이 조금 지나서 교회가 폭삭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성가대원들은 ‘하나님의 섭리’라며 할렐루야를 외쳤다.

1960년대 중반 프랑스의 한 변호사는 70대의 노파에게 죽을 때까지 매달 일정액을 주는 대신 그가 죽은 후에 그의 아파트에 입주하기로 계약을 했다. 이 계약은 양쪽 모두에게 유익해 보였다. 노파는 용돈으로 일정한 현찰을 확보할 수 있었고, 변호사는 70세 안팎의 평균수명을 감안해 목돈을 들이지 않고 싼 값에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노파는 잔 칼망, 1997년 122세로 숨질 때까지 세계 최고령자로 기록된 주인공. 변호사는 결국 30년간 돈을 지불하다 노파보다 먼저 죽었다.

1992년 호주의 한 투자그룹은 기막힌 투자를 실행했다. 1등 당첨금이 2700만달러에 달하는 미국 버지니아주 로토 복권에 약 7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1부터 44까지의 숫자 중 6개를 고르는 이 로토 복권의 경우의 수 700여만가지에 한 장당 1달러씩을 곱한 액수였다.

당첨자가 한 명일 때 수익률이 3배가 넘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투자그룹은 서로 다른 숫자로 700만장의 복권을 사는 데 예상 밖의 시간이 들어 500만장밖에 사질 못했다. 500만달러를 통째로 날릴 수도 있었다. 다행히 1등 번호가 그 500만장 안에 들어 있어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생물통계학과 전염병을 연구하는 미국 교수다. 그는 우연이라고 여겨지는 모든 것이 확률적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점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도박 주식투자 생명보험 등 우리 일상에서 부닥치는 확률의 게임 뒤에 과학적 통계가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모든 문제에 정확한 통계를 적용할 수 없는 한계도 설명한다. 세상은 통계로 예측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위에 인용한 세 가지 사례는 발생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세상사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원제 ‘What Are the Chances’.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