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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위 “강제전향 저항은 민주화 기여” 재확인

입력 | 2004-07-16 19:09:00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가 16일 “남파간첩 출신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민주화 기여 인정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의문사위는 이날 간첩 또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출신인 일부 조사관이 군 의문사 조사 과정에서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 출신들도 조사했던 사실이 알려진 뒤 입장을 발표했다.

▽의문사위 입장 재확인=의문사위는 ‘강제전향에 반항하다가 피살된 장기수 사건에 대한 결정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태에 대하여’라는 성명서에서 “남파간첩 비전향장기수는 유신정권 시절 교도소 안에서 불법 강제전향에 대해 항거해 민주화에 기여한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성명은 이번 사안에 대한 의문사위의 첫 공식 반응이다. 의문사위는 “이들은 모두 불법적인 전향 강요로 목숨을 잃었고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면서 “전향제 폐지는 유엔인권위원회나 국제사면위원회도 권고한 것으로서 의문사 인정이 좌익의 편을 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또 “위원회 결정은 각 위원이 독립심판관으로 하는 준사법적 성격의 결정이며 누구도 이를 감독하거나 지시 규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간첩죄로 복역했던 의문사위 조사관 K씨는 ‘최온순 이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이준(李俊) 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대대장급(중령) 이상 지휘관 11명에게 출석을 요구해 이 중 9명을 조사했다. 또 3∼5월 이 사건과 관련해 송영근(宋泳勤) 현 국군기무사령관에게도 5차례에 걸쳐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사노맹 출신인 H씨도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정수성(鄭壽星) 1군사령관을 한차례 직접 조사한 적이 있다.

▽보수 진보 단체의 반응=보수단체들은 일제히 의문사위 해체를 요구하는 등 비난 성명을 냈다.

북핵저지시민연대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등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의문사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문사위의 망발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사과하라”면서 “정부는 의문사위를 해체하고 전 국가기관에서 간첩 및 반국가사범 출신들을 추방하라”고 요구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조중근 사무처장도 “공정하고 개관적인 활동을 해야 할 국가기관에 반체제 전력을 가진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진보단체들은 공동성명을 발표해 “과거 전력 운운하는 해묵은 색깔논쟁을 벌여 의문사위에 대해서 마녀사냥을 하는 것을 즉각 중지하라”고 반박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