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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패러디"¨일부 참모들 "자를 일인가"

입력 | 2004-07-16 23:30:00


청와대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패러디 사진의 청와대 홈페이지 게재 사건과 관련해 안영배(安榮培) 국정홍보비서관 등에 대해 ‘직위해제’라는 중징계 조치를 취했지만 이번 사건의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불투명하다.

16일 오후 청와대의 징계 결과 발표 직후 한나라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이 정도 징계로는 사건을 덮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본보의 보도로 처음 알려진 14일 오전만 해도 청와대 내에서는 경징계인 △주의 △경고 △인사상 불이익 중에서 중간 단계인 ‘경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사건의 피해자가 전직 야당 대표인 데다 일반 여론도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기관인 청와대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는 등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류가 급속히 바뀌었다. 여성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사과와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서 패러디 사건은 아주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 번졌다.

노 대통령도 이번 사건을 접하고 매우 격노했고,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과 각 수석비서관 등 고위 참모진 사이에서는 파면이나 다름없는 면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의 논의 과정에서는 대부분 50대인 수석비서관들과 ‘386 참모’간에 인식차가 드러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386 참모들은 “자르기까지 할 사안이냐”며 중징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16일 김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인사위원회 회의는 매우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면직 조치 의견이 적지 않았으나, 홍보수석실쪽에서 정상 참작을 요청해 한 단계 낮은 직위해제로 낙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직위해제 조치는 사실상 면직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 징계를 받은 당사자들에게 새로운 보직이 주어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징계에 앞서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 홍보수석으로까지 징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브리핑에 특정 언론을 겨냥한 독설적인 글이 일개 비서관 명의로 잇따라 실리는 등 홍보수석실 내의 자체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만큼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