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년부터 1720년까지 프랑스 파리에선 ‘투기 광풍(狂風)’이 불었다.
도박꾼이었던 영국인 존 로가 설립한 미시시피 회사가 진원지였다.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가 중국과의 독점교역권을 부여한 이 회사는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금광개발까지 한다고 선전했다. 투자자에게 연 수익률 120%를 보장했다. 돈이 몰려들었고 주가는 연일 폭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떼돈을 벌어주는 루이지애나 금광은 없었다. 수많은 프랑스 투자자들은 알거지가 됐고, 존 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비슷한 시기 영국 남해회사에 투자했다가 큰돈을 날린 아이작 뉴턴은 “나는 만유인력을 측정할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계측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300여년 뒤인 2004년 한국의 증권시장에서 한국판 미시시피에 당한 개인투자자들이 떠나면서 증권 산업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대중의 탐욕을 이용하는 ‘미시시피 투자’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정치시장에서도 자주 일어났다.
참여정부란 벤처회사를 보자. 미시시피처럼 단기간 내 투자자를 모은 이 회사는 ‘근무시간은 확 줄이고 월급은 대폭 인상’, ‘5년 내 회사가치를 두 배로 늘림’ 등의 약속을 했다. 대표적 사업은 △본사 이전 △옛 경영진 처벌 △간부사원 물갈이 등이다.
특히 본사이전에 회사의 사활을 걸기로 했다. 지난 40년간 4500만 국민이 모은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단다.
회사가 큰 이익을 내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면야 본사를 하와이로 이전하든지, 경쟁회사 산업스파이에게 모범사원 표창을 하든지에 대해 투자자들은 눈감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회사가 높은 배당금을 주기는커녕 주가가 연일 하락하며 부도위기에 처했다는 소문이 나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빚내서 더 좋은 곳으로 이사 간다고 한다. 불안한 투자자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빚도 갚고 돈도 번 다음에 이사 가는 게 상식인데 말이다.
투자자들은 “지금 회사형편이 어려우니 본사이전은 좀 더 신중하게 따져보고 다른 수익성 있는 사업도 알아보자”고 말하고 있다. 대표이사는 “본사이전만큼 확실한 사업은 없다니까. 집터가 좋으면 나머지 사업은 저절로 잘 되게 돼 있어. 지금 나보고 사장 그만두라는 얘기야”라며 눈을 부릅뜬다. ‘묻지마 투자’를 강권하는 셈이다.
하버드대학의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교수는 ‘경제학의 역사’에서 “(18세기 영국 런던주식시장의 많은 회사들은) 유리한 사업을 계속하는 회사지만 (회사가 망할 때까지) 그 사업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밝혔다.
21세기 대한민국 투자자들은 그 유리한 사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투자원금을 손해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
임규진 경제부차장 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