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혐의로 검거된 유영철씨가 18일 서울 마포구 마포동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유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원대연기자
지난해 발생한 서울 부유층 일가족 연쇄살인을 포함해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모두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범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18일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서울시내 단독주택에 침입해 8명을 살해하고 올해 초부터는 출장마사지사 및 전화방도우미 11명 등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유영철씨(34·서울 마포구 노고산동)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유씨가 강도와 절도 등 전과 14범으로,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있으며 이혼 후 여성과 부유층에 대한 증오심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유씨는 “부산 등에서 모두 23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 관계자는 “16차례에 걸쳐 20명을 살해한 혐의는 확인했으나 부산 일대의 살인 사건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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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상대 범행=유씨는 지난해 9월 24일 오전 10시10분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 2층짜리 단독주택에 침입해 모 대학 명예교수 이모씨(73)와 부인 이모씨(68)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또 지난해 10월 9일 종로구 구기동 고모씨(61·주차관리원)의 단독주택에서 고씨의 어머니 강모씨(85)와 부인 이모씨(60), 아들(35) 등 일가족 3명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씨는 이어 일주일 뒤인 10월 16일에는 강남구 삼성동의 군납업체 사장 최모씨(71)의 단독주택에 침입해 최씨의 부인 유모씨(69)를 살해했다.
유씨는 11월 18일 종로구 혜화동 단독주택에 배수관을 타고 침입해 집주인 김모씨(87)와 파출부 배모씨(53·여)를 살해했으며 이후 경찰이 폐쇄회로TV의 화면을 공개하며 수배하자 부유층을 상대로 한 범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마사지사 토막 살해=유씨는 올해 3월부터는 출장마사지사나 비슷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만 골라 살인 행각을 벌였다. 유씨는 교도소에 있는 동안 출장마사지사인 아내에게서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했으며 올해 1월에는 같은 직업을 가진 여성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한 후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는 것.
유씨는 3월 중순 전화방도우미 권모씨(24)를 자신의 집인 노고산동 오피스텔로 유인해 살해한 이후 7월 13일까지 10명의 출장마사지사를 잇달아 살해했다.
유씨는 오피스텔에서 이들 11명의 시신을 토막낸 뒤 서대문구 봉원동 봉원사 부근 야산(안산)에 암매장했다.
4월에는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노점상 안모씨(44)를 납치, 인천 중구 북성동으로 끌고가 살해한 뒤 안씨의 승합차에 불을 질러 범행을 은폐했다.
▽검거 및 수사=유씨는 이달 초 출장마사지사가 잇따라 실종된 것을 수상하게 여긴 관악구 신림동의 한 출장마사지 업주의 신고를 받고 추적한 경찰에 15일 붙잡혔다.
유씨는 15일 밤 12시경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했다가 12시간 만인 16일 오전 다시 검거됐다. 유씨는 이후 범행 일체를 자백하기 시작했고 경찰은 이날 밤 늦게 봉원동 야산에서 암매장한 시신들을 발견했다. 경찰은 18일 유씨를 데리고 암매장 현장으로 가 시신들을 발굴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