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에 이어 미국 항공사 보잉이 임금과 승진에서의 성차별에 대한 보상으로 최저 4060만달러(약 473억원), 최대 7250만달러(약 844억원)를 지급하기로 피해자들과 합의해 16일 법원의 승인을 받았다. 2000년 제기된 이 집단소송의 당사자는 약 2만9000명. 각각 받게 될 액수는 근무 기간, 작업의 종류 등을 따져 결정된다. 법원은 △초봉 산정 기준과 인사고과 방식의 재검토 △성차별적 업무 환경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승인의 조건으로 달았다.》
▽전문직 여성들의 반란=최근 직장 성차별 논란은 저임금 저학력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에서 전문직 여성의 능력 발휘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으로 옮아가고 있다. 여권운동의 영향으로 가시적인 차별은 없어졌지만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메릴린치 전 여성 임원 스티븐 빌랄바는 16년간 탄탄대로를 달렸으나 2002년 5월 유럽의 개인고객 사업부를 맡으면서 일이 꼬였다.
5개월 후 부임한 남성 상급자는 툭하면 업무영역을 침범했다. 2001년 연봉은 70만달러였는데 승진을 하고 난 2002년에는 55만달러로 줄었다. 비슷한 직위의 다른 임원의 연봉은 30∼50% 높았다. 그리고 이듬해 해고됐다. 그는 지난달 1300만달러(약 151억원)의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차별 입증 어려워=전문직 여성에 대한 성차별은 경력 10년 이상 되는 여성들이 ‘더 이상 올라갈 길’이 막혔다고 느낄 때 제기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6일 “월가 여성들은 남성보다 더 일을 열심히 해야 비슷한 수준의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 남성이 승진할 때는 ‘잠재성’이 고려되지만 여성은 ‘입증된 성과’만 고려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여성은 고객을 개발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서도 소외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종류의 차별은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도 어렵다. 메릴린치는 빌랄바씨의 해고는 성차별 때문이 아니라 성과가 안 좋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2년 빌랄바씨가 담당한 지역에서 4700만달러의 세전 손실이 났다는 것.
지난주 총 5400만달러(약 629억원)를 지급하기로 한 모건스탠리도 업무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합의했지만 성차별 사실 자체는 부인했다. 소송을 주도한 전 임원 앨리슨 시펠린이 회사에 문제를 제기한 때로부터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9년이 걸렸다.
▽변화의 움직임=긍정적인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많은 미국계 투자 은행들은 간부들을 대상으로 성적, 인종적 차별을 막기 위한 교육을 한다.
2001년 영국에서는 성차별 소송에서의 입증 책임이 원고뿐 아니라 고용주에게도 있다는 점이 명시돼 소송에서 여성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는 “평등한 고용으로 가기 위한 변화는 매우 더디게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