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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에 뜨는 별]양궁 - 윤미진

입력 | 2004-07-19 17:50:00

“준비 끝… 미진한 것은 없다”과녁을 매섭게 노려보며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윤미진. 세계최고의 여궁사인 그는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아테네 올림픽 여자양궁에서 개인, 단체 2관왕을 노리고 있다. 외유내강형의 윤미진은 앳된 외모와 달리 “강한 선수를 만나면 더욱 강해진다”는 파이터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비가 많이 쏟아졌다.

여자양궁대표팀이 연습경기를 위해 원정 훈련을 한 16일 한국체육대 양궁장.

장맛비 속에서 윤미진(21)은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심한 목감기에 걸린 지 1주일째. 그는 “도핑에 걸릴까봐 제대로 약도 못 먹고 있다”며 ‘콜록’거렸다.

결국 그는 오후 훈련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연습벌레’로 소문난 그가 훈련에 빠진 건 드문 일. 여자대표팀 서오석 감독은 매정하게 “아테네 가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감기 걸린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윤미진은 “감기 걸린 거 절대로 쓰면 안 된다”며 기자의 펜을 빼앗았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아시면서 그러세요”라고 답한다. 주위사람들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는 심산이다.

21세면 아직 어린 나이. 하지만 그에게 거는 주위의 기대는 엄청나다. 감기도 마음대로 걸리면 안 되는 ‘귀하신 몸’. 그만큼 부담스럽다.

“4년 전 시드니 올림픽 땐 정말 멋모르고 활을 쏴 금메달을 땄죠. 그런데 지금은 뭘 좀 알고 올림픽에 나가게 되니까 더욱 힘드네요.”

윤미진에겐 거의 경쟁상대가 없다.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지난해 뉴욕 세계선수권대회와 아테네 프레올림픽에서 내리 개인, 단체전 2관왕을 차지했다. 명실상부한 세계최강.

그나마 경쟁이 될 만한 중국이나 이탈리아 선수들은 아직 한 수 아래고 팀 동료인 박성현(전북도청)이 금메달을 다툴 만한 선수다.

그는 “상대가 강하면 따라서 강해지고 약하면 덩달아 약해지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평가한다. 그래서 의외로 약한 선수한테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있단다.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뉴욕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첫 판 64강전에서 죽다가 살아났다.

국내 양궁 역사상 한 선수가 올림픽에서 개인, 단체전 2관왕을 두 대회 연속 제패한 적은 없었다.

‘즐겁게 살자’는 인생의 좌우명을 갖고 있는 윤미진. 그는 올림픽 2관왕 2연패의 목표를 달성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학(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들어간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미팅도 한번 해볼 생각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김수녕이 본 윤미진▼

김수녕 해설위원

윤미진과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인전 준결승에서 만나 내가 진 적이 있다.

막상 지고 나니 조금 서운했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후배가 결승에 올라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그리 아쉽지 않았다.

한국 스포츠 선수 가운데 동계올림픽의 전이경(쇼트트랙)과 함께 내가 금메달 4개로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미진이가 양궁 2관왕 2연패를 하면 금메달 4개를 따게 되는데 꼭 목표를 달성하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우승 확률은 60% 정도라고 본다.

미진이는 기본기가 잘 갖춰진 선수다. 활 쏘는 데 필요한 골격을 다 갖췄고 어려서부터 활을 잘 배워 어려운 상황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집중력을 좀 더 다지면 거의 흠잡을 데가 없다.

▼윤미진은 누구▼

▽생년월일=1983년 4월 30일

▽신체조건=키 1m67, 몸무게 58kg

▽출신학교=수원 송정초등학교-수성여중-경기체고-경희대

▽주요경력=송정초등학교 3학년 때 양궁 시작,

99년부터 국가대표· 시드니 올림픽 개인·단체전 2관왕

2003 뉴욕 세계선수권대회 개인·단체 2관왕

2003 아테네 프레올림픽 개인·단체 2관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