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제3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대상과 권한을 강화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조사대상을 1961년 이후 의문의 죽음 상해 및 조작사건으로 확대하고 기무사 국정원 등 국가정보 및 수사기관의 국가기밀자료도 조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의문사위는 1, 2기를 거치면서 강제징집, 삼청교육대 등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의문사사건의 실체를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폭력이 지배하던 시대의 원혼(’魂)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의문사위의 정당한 활동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 의문사위의 활동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의문사위가 간첩출신 장기수를 민주화유공자로 인정한 데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간첩죄로 복역했던 조사원이 군사령관 등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니 아무리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국민정서상 용납되기 힘들다. 이 같은 행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의문마저 제기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문사위가 조사 시기와 대상을 5·16 이후 사실상 모든 의혹사건으로 확대하고 국가기밀자료까지 열람하도록 하는 등 수사기관에 준하는 조사권한을 갖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의문사위를 포함해 어떤 기관도 합당한 제어장치 없이 무한정 특권을 갖는 기관이 돼서는 안 된다.
제3기 의문사위는 법적 정서적 무리수 없이 출범해야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모든 구성원은 균형감각 있는 인물로 선정돼야 하며 활동범위도 본래의 입법취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국민이 납득하고 불필요한 소모전도 피할 수 있다. 인권과 과거청산을 명분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기관을 만든다면 사회적 갈등만 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