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최근 당내 토론과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법안들을 앞 다퉈 쏟아내고 있다. ‘묻지마 발의’로 통하는 이들 법안 중에는 입법 추진 여부가 불확실한 것도 많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을 통해 마치 여당 차원에서 이런 법안의 제정 개정을 추진하는 것처럼 보도되면서 당 안팎에 상당한 논란과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구잡이 입법 추진=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인 최용규(崔龍圭) 의원은 최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안’을 이르면 다음달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일제 식민통치에 협력한 고위 공직자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하고, 이들이 당시 취득했거나 이들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국가가 환수토록 한다는 것. 그러나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재산권 침해, 연좌제 논란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예상된다.
의문사법 개정을 추진 중인 원혜영(元惠榮) 의원은 개정안에서 의문사위의 조사대상과 권한을 지나치게 확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문사위는 ‘의문사’뿐 아니라 의혹이 제기된 ‘의문사건’ 전반에 대해 조사할 수 있고 수사기관에 준하는 ‘금융거래내용, 통화내역’ 조사권까지 갖는다. 특히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등 정보기관에 대해서도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이를 거부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김한길 의원은 소급입법 및 재산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의 재산등록시 전 재산의 취득경위와 소득원까지 밝히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임종인(林鍾仁) 의원이 종교적 병역기피자들을 위해 대체복무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며, 유인태(柳寅泰) 의원은 우리 사회 일각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형제 폐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임종석(任鍾晳) 의원 등은 북한과의 미묘한 관계를 다루는 남북교류협력법과 국가보안법의 개정과 폐지를 독자적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선거법의 경우, 조성래(趙誠來) 노웅래(盧雄來) 정장선(鄭長善) 박영선(朴映宣) 박병석(朴炳錫) 의원 등이 각각 다른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문학진(文學振) 유인태 의원도 곧 제출할 예정이어서 혼선을 빚고 있다.
▽당 지도부 통제 불능=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19일 “앞으로는 개별의원 차원에서 추진하는 입법 활동과 당론으로 추진하는 입법 활동을 구분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습에 나섰지만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의원입법에 대해 해명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법안이 당론으로 추진되려면 당 정책위원회와의 조율에 이어 당 법안심사위원회와 의원총회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개인적 차원의 법안 추진조차 언론에 당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처럼 흘리거나, ‘설익은 안’을 확정된 것처럼 발표해 혼선을 부채질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의 한 의원은 “워낙 튀기를 좋아하는 의원들이 많아 법안 제출까지는 막지 못하더라도 사후 검토는 하기로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제정 개정 추진법안구분주요 내용대표 발의자(제출 여부)당 차원 추진 여부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환수특별법친일행위자 재산 국가 환수최용규(예정)미정의문사법 개정1961년 이후 ‘의문사건’ 조사, 권한 대폭 강화원혜영(예정)당론 추진남북교류협력법 개정신고만으로 남북 주민 접촉임종석(제출)아님국가보안법 폐지국보법 폐지, 형법 대체임종석(예정)〃병역법 개정 대체복무 인정임종인(예정)〃사형제폐지 특별법사형제를 종신형으로 대체유인태(예정)〃공직자윤리법 개정재산등록시 취득 경위와 소득원까지 공개김한길(예정)〃선거법재·보선 사전투표제 도입문학진(예정)〃선거법―재·보선 투표일 토→일요일―공무원 면접시 공직선거 투표여부 반영―개인사유로 사퇴해 보궐선거하면 기탁금 10배 징수조성래(제출)〃선거권 부여 연령 20세→19세노웅래(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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