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방송법상 '정치적 공평' 의무 조항을 삭제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각 정당이나 특정 이념을 지지하는 정치 단체는 전용 방송국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또 기존 민간 방송사는 정치적 사안에 관해 각기 판단에 따라 다양한 방향에서 보도할 수 있게 된다.
자민당은 정부 부처인 총무성과 관련 협의에 이미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 여당의 이 시도는 미국의 방송 관련 정책 변화를 참고로 한 것이다.
미국의 신문은 역사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공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에 대해서는 '공평 원칙(Fair Doctrine)'을 의무화해 정치적 뉴스는 공평하게 다루도록 해왔다.
하지만 방송정책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987년 이 조항을 삭제했다. 산술적인 균형 보도 원칙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다양한 시각을 표현하는 방송국 설립을 허용해, 시청자들에게 '자유로운 사상의 시장'을 제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더 부합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민당은 8월중 방송법 개정안을 만들어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전망이다. 자민 공명 연립여권은 중의원(하원에 해당)과 참의원(상원에 해당)에서 모두 과반수를 유지하고 있어 통과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본 내에는 '권력 감시를 위해 각 방송국은 정치적 견해를 보다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찬성론과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정당이나 소수 집단에게 더 불리해진다'는 반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