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육상 100m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의 모리스 그린. 지난달 비공인 세계기록 타이(9초78)를 기록한 그는 무릎부상에서 벗어나 올림픽 2연패를 노리고 있다.
‘10초의 스릴’ 남자 100m.
2004 아테네 올림픽의 ‘총알 탄 사나이’는 과연 누가 될까.
세계기록(9초78) 보유자 팀 몽고메리의 선발전 탈락 충격 속에 모리스 그린(29)과 숀 크로퍼드(26), 저스틴 게이틀린(22·이상 미국), 아사파 파웰(22·자메이카) 등이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기록상으론 전 세계기록(9초79) 보유자 그린이 월등하지만 올 시즌 기록으론 크로퍼드가 9초88로 가장 좋다. 게다가 신예 게이틀린과 파웰의 상승세도 무섭다.
그린은 무릎부상으로 인한 슬럼프를 탈출해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세계선수권 3연패,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관왕. 지난달 비공인 세계기록 타이(9초78)를 기록했고 12일 미국 올림픽 선발전에서 9초91로 1위를 차지했다.
작은 사진 왼쪽부터 숀 크로퍼드, 저스틴 게이틀린, 아사파 파웰
크로퍼드는 100m와 200m를 동시 석권하겠다는 각오. ‘구세대’ 그린의 벽을 넘어 미국 단거리의 세대교체를 단행하겠다고 큰소리친다. 200m 전문으로 거침없는 중간질주가 돋보인다.
‘샛별’ 게이틀린과 파웰은 파워가 장점. 레이스 운영은 다소 미흡하지만 젊은 힘을 바탕으로 한 폭발력은 단연 최고. 스타트만 잘한다면 얼마든지 ‘트랙의 쿠데타’도 가능하다.
테네시대 2학년인 게이틀린은 올해 미 대학대회에서 6개의 타이틀을 차지하며 급부상했다. 9초92가 최고기록.
자메이카의 희망 파웰은 9초91로 올 시즌 공동 2위. 200m에서도 20초10으로 올 시즌 세계 3위를 기록해 두 종목 동시석권까지 노리고 있다.
한편 여자부에선 이베트 랄로바(10초77·불가리아), 라타샤 콜랜더, 로린 윌리엄스(이상 10초97·미국), 셰론 심슨(11초01·자메이카) 등이 ‘스프린트 퀸’에 도전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육상 단거리 더울수록 기록좋다
다음 달 올림픽이 열리는 그리스 아테네는 낮 최고 40도까지 올라갈 전망. 여기에 습도까지 높아 찜통더위 속에서 경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남자 마라톤은 오후 6시(8월 29일·현지시간)에 출발할 정도.
하지만 육상 단거리, 투척, 도약 등 순간적인 힘을 요하는 종목은 오히려 더울 때 기록이 더 잘 나온다.
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정동식 박사(운동생리학)는 “근육의 순간적인 힘은 체내의 온도가 높을수록 더 잘 나온다”고 말했다. 또 날씨가 더우면 체액의 점성(끈적거림)이 떨어져 근육 활동이 더욱 원활하게 된다. 더울 때보다 추울 때 단거리 선수의 근육 부상이 많은 것도 그 이유.
‘총알탄 사나이’ 모리스 그린은 1999년 6월 아테네 그랑프리에서 9초79, 팀 몽고메리는 2002년 9월 파리 그랑프리에서 9초78로 세계기록을 세웠다. 당시 아테네와 파리는 모두 30도를 훨씬 웃돌았다.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마이클 존슨의 200m 세계기록(19초32)도 한증막더위에서 치러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세워진 것.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