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환
최근 몇 년 새 이상기후로 인한 수해가 급증하고 있다. 2002년 하루 강수량 890mm를 기록한 태풍 ‘루사’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강원 영동지방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상처와 피해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태다.
이상기후에 대비하고 날로 늘어나는 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가 바로 댐 축조다. 6∼8월에 연간 강수량의 3분의 2가 집중되는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을 감안할 때 댐을 축조해 홍수 때 수해를 막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기존 댐이 없다면 몰라도 굳이 이상이 없는 기존 댐을 놔두고 엄청난 돈을 들여 새로 댐을 건설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강원 강릉지역의 오봉댐이 그런 경우다.
강릉 시민의 젖줄인 남대천 상류의 오봉댐은 중앙심벽형 석괴댐으로 1983년 완공돼 강릉지방의 상수원과 농업용수원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의 홍수조절과 용수공급 확대를 위해 기존댐 하류 290m 지점에 3949억원을 들여 콘크리트 다목적댐을 새로 만들겠다고 한다. 주민들은 가옥 및 농경지 수몰에 따른 생계 문제와 생태계 훼손 등의 이유를 들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장래의 홍수 대비와 생활 농업 용수의 수요 등을 감안하면 기존 댐으로는 충분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기존 댐 바로 아래에 새 댐을 건설한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새 댐은 건설비용도 막대하고 주민 피해와 생태계 파괴도 크다. 그보다는 현재의 댐을 5m 정도 높이고 수문 확장, 비상방수로 설치 등 비상시를 대비한 보강사업을 한다면 비용도 적게 들고 환경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는 오봉댐 같은 구식 댐이 산재해 있다. 무조건 새로운 댐을 만들기보다 이런 기존 댐들을 보수 보강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최예환 강원대 농업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