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 난초홀 앞에는 추억의 가수 사진이 여러 장 걸렸다. ‘트윈 폴리오’(송창식 윤형주), ‘펄 시스터스’(배인순 배인숙), ‘어니언스’(임창제 이수영), 이용복, ‘뚜아에무아’(이필원 박인희), ‘라나에로스포’(은희 한민), 김상희, 김세환 등 1970년대 인기가수 17개 팀이 참가하는 ‘추억의 낭만콘서트’ 제작발표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9월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며 객석이 4만여석이나 된다.
콘서트를 기획한 한국기획의 관계자는 “명예퇴직과 고개 숙인 아버지상으로 대표되는 40, 50대들을 위해 1년 전부터 기획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표와 달리 거론된 가수들 사이에서는 다른 소리가 나왔다. ‘트윈 폴리오’의 송창식과 윤형주는 솔로로 노래할 뿐, ‘트윈 폴리오’로 나서지는 않는다. 송창식측은 “‘트윈 폴리오’로 무대에 서지 않는다”고 직접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어니언스’도 임창제만 콘서트에 참가하며 이수영의 출연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 ‘라나에로스포’도 한민만 출연한다. 한국기획의 관계자는 “은희는 오랫동안 활동하지 않아 한민과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뚜아에무아’도 이필원만 출연하며 미국에 거주 중인 박인희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펄 시스터스’의 멤버 배인숙도 미국에 살고 있어 무대에 서기 어려운 형편. 다만 왕년의 인기 듀엣 중 ‘유심초’ ‘둘 다섯’ ‘하사와 병장’은 원래 멤버 그대로 출연할 예정이다.
한국기획의 정진현 이사는 이에 대해 “나머지 멤버들을 설득 중이지만 안 되면 오리지널이 아닌 다른 멤버라도 출연시키겠다”고 말했다.
최근 40, 50대 중년 팬들이 추억의 노래에 관심을 보이며 모처럼 핵심 문화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7080 콘서트’는 올해 상반기 히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추억의 낭만콘서트’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이벤트. 그러나 기획사가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가 출연진과의 불협화음을 초래해 공연 품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경우 중년 팬들이 발걸음을 되돌리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