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반김 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국군격려 집회를 갖고 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의원 낙선운동을 정식으로 밝혔다.
“한나라당은 대한민국 발전의 걸림돌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보수단체의 반감이 심상치않다.
일부 단체는 의원 낙선운동에 나서는가하면 보수논객들은 아예 지지철회로 까지 돌아설 조짐이다.
173개 보수단체가 함께 꾸린 '반핵반김정일 국권수호 국민협의회(이하 반핵반김, 운영위원장 서정갑)'는 23일 한나라당 낙선운동 대상 의원 91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반핵반김은 최근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개정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동의한 것을 문제 삼으며 “특별법 제·개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의원 91명의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반핵반김의 신혜식 대변인(독립신문 대표)은 “군의 사기를 꺾는 의문사위의 활동을 저지하기는커녕 3기 위원회 출범을 위해 법까지 고치겠다는 것은 스스로의 보수 정체성을 부정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대변인은 또 “의원 명단을 파악해 보니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며 “보수의 껍질을 쓴 이들 의원이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은 대한민국 발전의 걸림돌로 머무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표는 이 법안 발의에 서명했다가 제출 직전 삭제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신 대변인은 “그러나 최근 박 대표의 행보를 보면 북한에 대해서는 상호비방을 안하기로 한 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북한에 대해서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낙선 대상자에 포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주장 속에서 반핵반김 내부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새로운 정치세력을 키우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보수 논객들이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 역시 이같은 내부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터넷언론 ‘뉴스앤피플’의 여영무 주필은 21일 ‘박근혜 대표, 보수의 리더 될 수 없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주요 쟁점마다 우물쭈물 망설이면서 실기(失期)만 거듭하는 한나라당은 전통 건전보수의 외면 대상으로 추락할 찰나”라고 밝혔다.(▶칼럼보기)
그는 또“한나라당은 뚜렷한 보수의 목소리와 이념적 원칙을 관철하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해옴으로써 보수 세력들을 크게 실망시켰다”며 “최근 정가 일각에서 한나라당을 대체할 진정한 전통보수 정당이 빨리 출현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걸음 더 나가 박근혜 대표를 지목하며 “2002년 김정일을 만나고 온 후 대북관이 흔들리고 있으며 수도이전에 대한 박 대표의 애매모호한 태도 역시 한심하다”고 비판한 뒤 “현재와 같은 리더십으로는 박 대표가 2007년 정권창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도 1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에서 “항상 기회주의적 태도를 견지해온 한나라당은 당장 국회의 국정조사를 요구하라”며 “의문사위의 활동강화 및 연장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소속의원들을 문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보수 단체의 움직임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적잖이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다.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의 대표발의자로 나선 원희룡 의원은 지난 22일 반핵반김과의 전화 통화에서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에 대해 언제든 만나서 설명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 다른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은 "사실 특별법 개정안은 별다른 고민없이 동의한 법안인데 국방부와의 마찰이 불거지면서 문제가 됐다"며 "우리를 포함한 몇몇 의원실에서 개정안 발의서명을 철회한다는 의사를 밝혀야 할 지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현 동아닷컴기자 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