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키라/보도 섀퍼 글 최혜인 그림 유영미 옮김/216면 1만2000원 을파소(초등 고학년)
경제동화의 대명사가 된 ‘키라’가 이번에도 주인공이다. 그러나 메시지는 경제가 아닌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메시지가 너무 도드라지다보니 큰 감동은 없지만 모험담 형식을 갖춰 경제동화보다는 한결 흥미진진하다.
열세 살 독일소녀 키라가 미국교환학생이 되기 위해서는 ‘옛 동전의 양면’이라는 작문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주변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던 키라는 동전의 양면처럼 사람의 인생에서도 돈 같은 외면적 가치 외에 인격이라는 내면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다.
“도넛의 링이 돈을 상징한다면, 그럼 구멍은 뭘 상징하죠?”(키라)
“구멍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알맹이를 상징한단다. 행복해지려면 물질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좋은 알맹이를 갖추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단다.”(하넨캄프 할머니)
“세상 사람들이 생김새도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른 것처럼 알맹이는 다 달라. 키라야,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그게 바로 너의 흰 돌이란다. 흰 돌은 아주 새롭고 행복한 삶의 상징이지.”(트룸프 할머니)
새로 만난 바이스 할머니는 키라 앞에 닥칠 위험을 알려주면서 마법의 확대경을 선물한다.
“인생에서 흰 돌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어. 네가 일곱 가지 교훈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넌 흰 돌을 받을 거야.”
6주간의 낯선 미국생활을 시작한 키라는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면서 바이스 할머니의 예언대로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나이스 선생님으로부터 ‘인격을 가치 있게 만드는 7가지 교훈’을 배운다. 또 불치병에 걸린 ‘안네’와의 만남을 통해 사람을 진심으로 돕고 소중히 할 때 참된 행복을 얻고 마음이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다고 이 책에 교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컨설턴트답게 섀퍼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과정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키라가 웅변대회에 나가봐야 창피만 당할 게 뻔하다며 포기하려하자 나이스 선생님은 ‘정의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충고한다.
“사람들은 일이 잘 안되면 핑계거리를 찾아. 인생에서 늘 정당하기만 한 일은 드물어. 정의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자기의 장점에 집중해야 한단다.”
또 골트슈테른 아저씨의 말을 빌려 금전관리를 배운 사람은 그 지식을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관계에 성공하는 비결은 인간관계 통장에 자꾸 돈을 집어넣는 거란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 그건 통장에서 돈을 지출하는 거야. 그래도 통장에 예금액이 많으면 그런 지출은 쉽게 극복된단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