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과장해 중국인들은 먹기 위해 산다고 하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중국인들에게 식생활 문화는 중요하다. 세계 모든 음식 중에서 절반이 중국 음식이라고 하지 않던가.
중국인들은 음식에 관심이 많은 만큼 식사 예절도 철저히 챙긴다. 시끌벅적하게만 보이는 중국인들의 식탁에도 갖가지 예절이 숨어 있다. 물론 중국에 산다고 해서 중국의 식사예절을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 중국인들도 그들의 식사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인들을 이해해준다. 지방마다 문화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간단한 그들의 식사 예절을 알고 따랐을 때 그들은 자국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감동한다.
2년 전 칭다오에 처음 부임했을 때 연간 거래실적이 1억원이 넘는 중요 고객을 근사한 식당에 초대했다. 나는 ‘잘 보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에게 극구 상석을 권했다.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상석에 앉았다. 계산할 때 나는 ‘아차’ 하고 말았다. 상석에 앉은 그가 식사비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그 후 아무리 중요한 손님이라도 내가 식사에 초대한 경우에는 내가 반드시 상석에 앉는다.
중국 식사예절에서 ‘어디에 앉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장 상석에는 그날의 초청자, 즉 식사비를 지불하는 사람이 앉는다. 상석은 출입문에서 가장 먼 쪽의 정중앙 자리를 말한다. 맞은편에는 부초청자가 앉는다. 주빈과 부주빈은 각각 초청자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고 세 번째, 네 번째 손님은 부초청자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다. 초청자와 손님이 서로 마주 본다든지, 손님을 상석에 앉힌다든지 하는 일은 결례에 속한다. 중국의 문화는 손님을 긴장시키지 않는다.
초청자가 손님 좌석을 지정해 주기도 한다. 그럴 때는 자신의 자리를 보고 ‘내가 그들이 생각하는 OO번째 중요한 손님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하직원이나 후배가 나보다 더 중요한 자리에 배정받을 수도 있다. 자리 배치를 통해 중국인들은 자신들에게 중요한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암시한다. 좌석 배치는 단순히 자리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관계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술을 마실 때도 예절은 있다. 한국은 잔을 상대방에게 건네는 문화이고 중국에서처럼 좌중이 함께 술을 따르고 마시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혼자서 잔을 드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치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좌중의 누구라도 붙잡고 ‘같이 마십시다. 당신의 건강을 위하여’라며 함께 마시는 게 좋다.
이 밖에도 중국에서는 음식 먹는 법, 음식 배열 순서 등 다양한 식사예절이 아직도 지켜지고 있다. 물론 한국도 먹고 마시는 문화가 발달했지만, 생활이 바쁘다보니 식사예절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중국에 와서 ‘이런 복잡한 예절을 챙길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식생활 문화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인들의 ‘관시(關係)’는 식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중국인과의 접촉, 그것은 바로 식사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기수 SK네트웍스 중국 칭다오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