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사진전을 갖는 서양화가 강형구씨. 그는 ‘인간 손기정’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한다.-안철민기자acm08@donga.com
서양화가 강형구씨(51·중앙대 교수)가 29일∼8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여는 ‘올림픽 108년, 그리고 손기정’전에는 손기정 선수가 1936년 11회 베를린 올림픽 우승 테이프를 끊는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과 손 선수가 우승한 뒤 쓸쓸히 탈의실로 향하는 장면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진들이 공개된다. 탈의실로 걸어가는 장면의 사진은 유족들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뒷면에 손 선수의 자필로 '우승테이프를 끊고 탈의장으로'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번 전시에는 이 사진들 외에 우승 후 오사카 아사히신문과 국제전화로 인터뷰하는 손 선수와 남승룡 선수의 사진, 1946년 8월 손 선수가 마라톤 우승 10주년 기념행사에서 김구 선생으로부터 격려 받는 사진, 감독 시절의 손기정과 남승룡 코치의 모습이 담긴 1948년 서윤복 선수의 보스턴 마라톤대회 제패 기념사진 등이 처음 선보인다.
또 1938년 나치독일이 제작한 베를린 올림픽 공식 기록영화 ‘민족의 제전’에서 손 선수가 등장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레니 리펜슈탈 감독이 재편집한 필름이 국내 처음으로 상영된다. 23분 분량의 이 영화에는 베를린 올림픽 개막식, 히틀러의 개회선언, 마라톤 출발 장면, 환호 속에 손 선수가 올림픽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 시상식과 폐막행사들이 들어 있다.
이번 전시에는 손 선수 관련 사진자료 1000여점, 손 선수가 입었던 운동복과 금메달 등 유품자료 200여점, 역대 올림픽 역사 사진자료 등 총 3000여점이 소개된다. 이 자료들은 모두 강씨가 모은 것과 손 선수의 유족들이 갖고 있던 것들이다.
1996년 8월 손 선수 세계제패 60주년 기념식장에서 손 선수는 자신도 보지 못한 사진들을 강씨가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후 강씨의 화실을 즐겨 찾으며 인연을 쌓아갔다.
“손 선수가 달리는 사진 한 장만 보더라도 몇km 지점을 뛰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라는 강 교수는 “신화가 아니라 ‘실화’의 주인공으로서 인간 손기정을 조명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02-734-9567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