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할 테면 해 봐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사진) 대표최고위원이 25일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친일행적 논란에 정면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 대표는 최근 기자에게 이 문제와 관련해 “내가 (여당보다) 아버지를 잘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한나라당은 여당이 16대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친일진상규명법을 개정해 조사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한 데 대해 박 대표 흠집 내기를 위한 의도적 ‘노림수’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갖고 “통과된 법을 시행도 한번 안 해보고 개정하려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친일 여부를 조사해 박 대표에게 타격을 주려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 대표도 이 법 개정안의 주요 항목을 비판하며 여당의 정치적 의도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특히 “법 개정안에 따르면 친일진상조사위원들을 국회가 추천하지 않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며 대통령의 의중을 좇아 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우려를 보였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유신 독재’에 대한 여권의 사과 요구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기자회견과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부정적인 면이 있었고 잘못됐으며, 당시 피해 본 분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규택(李揆澤) 최고위원과 박세일(朴世逸) 의원은 “박 대표가 조만간 박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 등 적절한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정작 박 대표는 거듭 사과하지 않겠다는 쪽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 대표가 자신이 있다고 한 만큼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에 찬성할 것으로 본다”며 역공을 취했다.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박 대표는 유신 때의 일이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시 사실상 퍼스트레이디였던 박 대표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박 대표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