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자의 눈]이승헌/열린 ‘수도이전 토론회’를…

입력 | 2004-07-25 19:47:00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과도 적극적으로 토론을 하겠다.”

열린우리당 신행정수도특위 위원장인 김한길 의원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최근 행정수도 건설에 반대 입장을 밝힌 각계 원로 133인 중 송월주(宋月珠) 스님, 서경석(徐京錫) 목사 등을 초청해 29일 찬반토론회를 갖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수도 이전 반대를 바라보는 여권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여권은 ‘수도권 부유층의 기득권 유지’라는 표현이 단적으로 말해주듯 피아(彼我) 구분의 이분법적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여권 내부에서도 불도저식 수도 이전 추진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22일 의원총회에서 김진표(金振杓)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수도권 과밀 해소 과정을 시뮬레이션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우원식(禹源植) 의원은 “향후 서울에 대한 그랜드 플랜이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여권의 입장 변화를 진솔한 반성보다는 전술 변화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수도 이전 관련 당-정-청 협의체 멤버이기도 한 김 의원이 찬반토론회를 언급한 뒤 대부분의 시간을 수도 이전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데 썼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소모적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여권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찬반토론회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김 의원이 간담회 중 들려준 에피소드는 시사점이 많다. “대선 막판에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맹공하자 노무현 후보의 수도권 표가 흔들렸다. 결국 핵심 참모회의에서 공약을 재론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정치적 득실계산의 차원에서 접근하라는 말은 아니다. 수도 이전 강행을 전제로 요식 행위처럼 토론회를 진행할 경우 찬반 입장으로 갈려 있는 양측의 갈등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주입식으로 진행된 최근의 수도 이전 관련 전국 순회 공청회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것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