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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월드워치]佛 ‘끼리끼리 바캉스’ 바람

입력 | 2004-07-27 18:02:00

'이방인은 접근금지' 가족들만의 자리로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이름 없는 마을. 휴양지와는 거리가 먼 이곳에 여름이 되자 도시인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몇 년 전 동남아시아로 함께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마치 수도승처럼 말이 없다. 일행 중 1명은 “각자의 느낌대로 이미지와 소리를 기억하고 있으면 그만이지 서로 떠들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이름난 바다로, 산으로, 들로 무리지어 떠나는 전형적인 피서객들을 피해 이곳에 왔다.

추억이나 기질, 성적(性的) 취향에 따라 끼리끼리 모여 바캉스를 즐기는 ‘새로운 바캉스족(누보 바캉시에)’이 늘고 있다고 주간 누벨옵세르바퇴르 최신호가 소개했다.

여름이면 한 달씩 도시를 비우고 바캉스를 떠나는 프랑스인 사이에 새로운 휴가 유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

"드러내놓고 즐기자" 게이커플 나체수영

▽‘이방인 접근 금지’=낭트 서쪽 해안의 섬 누아르무티에 해변에 모인 사람들은 곁에 사람이 지나가면 갑자기 대화를 멈춘다. 이방인이 접근했기 때문.

이곳은 가족 단위의 피서객만 모여드는 곳. 점심시간이면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대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

지중해변의 생트로페에는 유럽 전역의 부자가 모여든다. 수천만 유로나 되는 별장을 소유하고 있거나 임대한 이곳의 부자들은 다른 부자의 집을 방문할 때 외엔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다. 인근 섬으로 놀러갈 땐 헬리콥터를 탄다.

▽‘까놓고 즐기자’=에그 모르트라는 도시는 게이들의 집합소. 몇 년 전부터 게이 커플들이 하나 둘 가게를 열기 시작한 게 지금은 게이 피서지가 됐다. 게이만 받아들이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게이 커플들만 나체로 수영을 하는 수영장이 성업 중이다.

마르세유 서쪽의 아쥐 곶은 ‘프리섹스 천국’이다. 누드 비치에서 마음껏 노출을 즐기고, 대낮에도 낯 뜨거운 행위를 꺼리지 않는다. 그런 일이 벌어질 때면 구경꾼이 몰려들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취미생활이 바캉스" 동호인모임 새관찰

▽‘일상의 바캉스’=특별한 이벤트 없이 일상의 나날을 보내는 바캉스족도 적지 않다. 서부 해안의 레 섬은 평소 같은 바캉스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 교수, 기자, 예술가, 프로듀서 등 전문직이 주로 찾아 ‘인텔리 휴양지’로 이름난 곳이다.

하얀 건물과 장미꽃이 수놓아진 좁은 골목길 등 그림 같은 옛 마을 모습을 간직한 이곳에서 사람들은 밀짚모자를 쓰고 산책을 하다 졸리면 그늘에서 낮잠을 즐긴다. 조용한 어촌 마을이던 이곳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대도시에 살던 의사, 요리사, 목수들이 이주해 오면서부터다.

‘새들의 항구’로 불리는 지롱드 지방의 늪지대는 환경보호주의자들의 휴가지다. 이들은 허름한 숙소에 묵으며 새들을 관찰하고, 둥지를 보호하는 기금을 모으기도 한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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