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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숫자의 승부사 프로야구 감독 숫자로 본 운명

입력 | 2004-07-27 18:24:00

유남호


프로야구 감독은 흔히 고독한 승부사라 불린다. 외롭게 더그아웃을 지키며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한다. 물론 영광의 순간도 많다. 하지만 즐거운 기억은 금세 잊혀진다. 승패에 대한 스트레스로 속병에 시달리기 일쑤고 성적에 따라 파리 목숨처럼 하루아침에 유니폼을 벗기도 한다. 26일 전격경질된 기아 김성한 감독이 그 예다. 프로야구 23년 역사 속에서 감독의 운명을 숫자로 알아본다.

4. 대행 꼬리표 벌써 4번째

김성한 감독의 뒤를 이어 기아 지휘봉을 잡은 유남호 감독 대행은 ‘대행 꼬리표’만 4차례 달았다. 해태 시절 김응룡 감독 밑에서 3차례 감독 대행을 맡았는데 그것도 하루짜리가 2차례였다. 김 감독이 퇴장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우면서 대신 작전을 지시한 것. ‘만년 2인자’였던 유 감독 대행이 기아에선 1인자로 올라설 수 있을지 흥미롭다.


김성근 5. 무려 5개팀 최다 사령탑

김성근 전 LG 감독은 역대 최다인 5개 팀 감독을 거쳤다. ‘잡초’로 불리는 김 감독은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을 거쳐 2001년부터 2년 동안 LG에 몸담았다. 자신이 맡은 5개 팀을 모두 플레이오프로 이끌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한 차례 준우승에 오른 것이 전부. 2002년 LG를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뒤 재계약에 실패했다.

박현식13. 13경기만에 불명예 퇴진

프로야구 원년이던 82년 삼미 박현식 감독은 시즌 개막 후 불과 13경기 만에 중도 퇴진하는 비운을 맞았다. 역대 최단명 감독. 당시 전적은 6연패를 포함해 3승10패. 박 감독은 이듬해 감독 대행으로 복귀했지만 11승21패의 기록을 남겼다. 당시 해태 사령탑이었던 고 김동엽 감독은 박 감독이 물러난 이틀 뒤에 역시 성적이 나빠 경질됐다. 15경기만이다.

허구연35. 35세에 부임 최연소 명예

86년 당시 TV해설위원이던 허구연씨는 35세의 나이로 청보 감독에 올라 최연소 사령탑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최고령 선수인 한화 한용덕(39)보다도 네 살 어릴 때 감독의 꽃이라는 프로야구 사령탑이 됐지만 한해에 중도 퇴진→복귀→중도퇴진을 반복했다. 허씨는 87년부터 89년까지 롯데코치를 거친 뒤 90년부터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