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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영어교재 인세 20% 파격 계약 출판계 시끌

입력 | 2004-07-27 18:28:00


신생출판사인 ‘토스북’이 최근 베스트셀러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의 저자 정찬용씨의 개정판 ‘신(新)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를 출간하면서 ‘인세 20%’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했다. ‘선(先)인세(책 판매 전 인세 일부분을 미리 지급하는 것)’는 1억원.

국내 출판계의 오랜 인세 관행은 10%. 극소수의 스테디셀러 대학교재 정도를 제외하고는 인세 상한선 10%는 70년대 이래 이어져 온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문학수첩이 해리포터 시리즈 제5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출간하면서 이 관행을 깨고 인세 20%를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국내출판계에 논란을 낳았다. 당시 출판계 일각에서는 ‘해리 포터’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데다 미국의 글로벌 마케팅에 따른 국내 홍보비 절감 효과를 감안하면 높은 인세를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반면 이번 ‘신 영어공부…’의 경우 필자가 국내 저자인데다, 실용서의 경우 대부분 인세 5∼8%선에서 계약해 왔다는 점에서 출판계의 충격은 더 크다. “다른 저자들이 이번 계약을 선례로 삼아 인세 인상을 요구할 경우 가뜩이나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계가 더 힘들어진다”(출판사 대표 K씨) 등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책을 낸 정은성 대표는 “기존 관행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책의 가치만을 보고 판단했다”며 “책 내용을 토대로 영어 교재 등 다양한 관련 상품 개발도 가능한 만큼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세를 올리면 그만큼 책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출판계의 공통된 분석. 5년 전 출간됐던 이 책의 가격은 6500원이었지만 내용의 30% 정도가 수정된 개정판의 가격은 1만2000원이다. 이에 대해 저자와 출판사측은 “요즘 출간되는 다른 영어 책들의 가격과 비교해서 정했다”며 “책값에 대한 판단은 결국 소비자(독자)들이 내용을 보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사회평론에서 출간된 ‘영어 공부…’는 국내에서 200만부, 일본 등 해외에서 170만부 이상 팔렸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