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산업에서 선두주자는 단연 영화가 되겠지만 앞으로는 뮤지컬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화가 저가의 문화상품이라면 뮤지컬은 고가품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맘마미아’가 불황 속에서도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관객들이 10만원이 넘는 고액의 입장료를 기꺼이 지불했다는 얘기다. 뮤지컬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 영화 열풍이 불기 시작했던 초기와 흡사하다. 국내 뮤지컬은 확실히 ‘선(善)순환’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여름을 맞아 뮤지컬 공연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전반적인 뮤지컬 관람 붐에다 여름방학 특수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뮤지컬은 한국인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진다. 춤추고 노래하기를 즐기는 한국인의 특성을 발휘한다면 뮤지컬의 세계 정복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영화 못지않게 부가가치가 높은 게 뮤지컬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히트작을 만든 제작자들은 할리우드가 부럽지 않은 거부(巨富) 반열에 올랐다. 뮤지컬은 음악과 춤이 중심이기 때문에 우리 문화산업이 세계 진출을 위해 넘어야 할 언어 장벽도 영화보다 훨씬 덜하다.
▷뮤지컬이 발전하려면 뉴욕의 브로드웨이 같은 극장거리가 한국에도 생겨야 한다. 그곳에서 한국인이 만든 창작 뮤지컬이 꾸준히 제작되고 걸러지면서 세계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아직 국내에는 브로드웨이는커녕 변변한 뮤지컬 전용극장도 없는 실정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극단 ‘시키(四季)’가 서울 잠실에 1200석 규모의 뮤지컬극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잠재 수요가 풍부한 한국의 뮤지컬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외국에 선수(先手)를 빼앗긴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에서 성공한 뮤지컬들은 대부분 거액의 로열티를 주고 해외에서 직수입한 것이다. 이처럼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외국 문화의 소비국가가 되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한류(韓流)’와 같은 부분적인 약진에 마음 놓고 있었던 건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뮤지컬 붐은 반가운 일이다. 그 흐름을 우리 뮤지컬의 세계 진출과 같은 생산적인 방향으로 돌려놓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