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자신의 부산상고 선배이자 해군 출신인 윤광웅(尹光雄) 대통령국방보좌관을 신임 국방부장관으로 임명하자 국방부와 합참은 적지 않게 당황하면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노무현 군맥(軍脈) 탄생하나=한 현역 장성은 "윤 신임 장관이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은 지금 현재 군의 사기를 볼 때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군 장성 대부분은 윤 장관이 그동안 멀어진 청와대와 군의 관계를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동안 군이 대통령의 진보적 철학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보다 과장되게 청와대에 전달돼 다른 부처보다 더 큰 폭발력의 개혁 직격탄을 맞았다는 피해의식도 없지 않았다.
반대로 윤 장관이 대통령의 철학을 제대로 군에 이해시킬 경우 청와대로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좌익편향 논란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의 장성 폄하 발언 △서해 핫라인 보고누락 문책 등으로 증폭된 청와대에 대한 군 수뇌부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일부에서 윤 장관의 취임이 노 대통령의 군맥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학연 지연을 통한 인맥 형성은 어렵겠지만 윤 장관의 역할에 따라 소장파 장성들과 젊은 영관급 장교들을 친노(親盧) 세력으로 흡수해 '개혁 군맥'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해군 출신 장관의 도전=하지만 이 같은 성과를 거두기에 윤 장관을 둘러싼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다.
벌써부터 육군 중심의 국방부와 합참을 해군 출신 장관이 제대로 휘어잡을 수 있겠는가하는 회의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국방부과 합참 내 현역 장성 47명 중 32(68%)가 육군이고 특히 장관이 직접 관할하는 국방부는 과장급(대령) 이상 현역 직원 62명 중 48명(77.4%)이 육군이다.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은 "주한미군 감축 후 당장 급한 안보 공백은 지상군 쪽이다"라며 "다음 장관이라면 모르겠지만 윤 장관이 임기동안 갑자기 해·공군에 매달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해군과 공군은 윤 장관이 현역 시절 군구조 개선위원회(일명 818위원회) 기획처장을 맡아 육·해·공군 균형발전을 깊이 연구한 만큼 육군을 충분히 설득하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대통령이 반기문 외교보좌관을 외교통상부 장관에,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을 통일부장관에, 윤 국방보좌관을 지낸 장관을 발탁한 것은 자신의 철학을 외교안보부처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해군 출신 윤 장관의 조직 장악력도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